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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그모어 Dec 23. 2023

STILL BY HAND

장인의 시행착오를 팝니다


세컨핸드 의류를 찾는 이유는 다양할 겁니다. 우선


싸다.


새것보다 저렴하다는 것인데, 이건 맞는 명제일 수도 틀린 명제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똑같은 브랜드의 똑같은 제품을 두고 비교한다면 맞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러나 다양한 브랜드 속 다양한 상품군으로 범위를 확장한다면, 이는 틀린 명제가 될 확률이 높아요. 새것 이상으로 값비싼 세컨핸드 아이템은 정말 많거든요.



희소하다.


오늘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희소성. 세컨핸드 의류의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희소하다는 것이죠. 물론 여느 브랜드마다 매해 똑같이 출시되는 스테디 아이템이 있긴 합니다만, 심지어 그런 스테디 아이템 중에서도 세부적으로 몇 년도 무슨 시즌에 출시되었던 특정 아이템이 핏이 좋고 색감도 좋더라 하여 희소성이 생기기도 하지요.



제가 소개해드릴 아이템은 이런 희소성 면에서 가장 극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SAMPLE' 아이템이거든요.



물론 종잇장 뒤집는 것 마냥 이는 나쁜 면일 수도 좋은 면일 수도 있습니다. 정식 발매가 되지 않은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기능적으로 혹은 디자인적으로 뭔가가 부족해서 세상의 빛을 못 보지 않았을까 의심할 수도 있겠죠. 반면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정식 발매되지 않았다는 것은 곧 몇 점 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는 곧 나만이 이 옷을 독과점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겁니다. 우리가 밖에 돌아다니다가 가장 어색하고 땀나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나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낯선 사람을 마주할 때잖아요. 그럴 확률이 거의 0%에 가깝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 아이템은 '스틸바이핸드(STILL BY HAND)' 제품입니다. 여전히 손으로 만든다 라는 브랜드 취지처럼 장인의 손길이 곳곳에서 느껴져요. 고급스러운 소재, 박음질도 참으로 고르게 잘되어 있고, 허리 스트링 조임으로 실루엣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는 디테일까지. 비록 이 SAMPLE이 장인의 실수작이라 할지라도, 장인의 실수'작'임은 변함이 없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코트의 큰 장점을 꼽자면 ‘가벼움’입니다. 물론 방한을 위해 두텁고 무거운 코트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으나, 저 개인적으로는 가벼운 코트를 더 좋아합니다. 가벼울수록 차라리 안에 다른 아이템을 여러 겹 레이어드하여 방한하기가 오히려 좋아지거든요.



이 옷을 발견하고는 혼자 흐뭇하여 얼마나 미소가 새어 나왔는지 모릅니다. 살짝 시착만 해봤는데 몸에 감기는 느낌이 아주 좋은 코트입니다. 과연 스틸바이핸드의 실수작이네..라 홀로 곱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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