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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구두를 신은 May 24. 2023

우리 반엔 내신 평균 1.0이 세 명이나 된다우~ 1

– 놀기도 잘 하고 공부도 잘 하는 신00

학업 상담 때 너무 불을 질렀나? 서울대 지균 추천 기준 프린트물을 슬쩍 던진 게 신의 한수였나? 아니면 ‘인재들이 몰렸네, 몰렸어’라며 작년에 가르치고 2학년으로 데리고 올라온 설화 샘의 말대로 우리 반에 인재 풍년이 든 것인가? 한 반에서 내신 평균 등급 1.0이 셋이나 나오다니. 전무후무하다. 특대생(명실상부 전교 1등)을 가리는 작업에 평균 등급이 같을 때 가리는 세부 기준을 학년 부장님이 뒤져보고 계산해서 주신다. 우리 반을 명예롭게 한 세 사람 관찰기를 간략히 기록하고자 한다.   

   

네가? 아이들을 놀래킨 잘 놀고 공부도 잘 하는 신00

신은 성격이 화통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과 대거리를 잘하여 신 덕분에 수업이 잘 된다. 아이들은 침착하게 공부하고 신 같은 아이들이 양념을 쳐주면 수업이 탄력을 받는다. 신은 정답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발표한다. 그래서 그 느낌을 이론과 분석에 활용하다보면 유용할 때가 많다. 

그의 솔직담백한 반응은 아이들에게 인기남으로 등극한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은 시험을 마치고 ‘어바웃타임’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이런 장면이 있었다. 남자 주인공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특이한 장롱이 있는데 그는 장롱을 자신의 첫사랑을 이루기 위해 활용한다. 그녀에게 고백하고 거절당한 후 장롱을 이용하여 과거로 회귀하고 자신의 실수를 개선해본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그녀는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씁쓸해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현재의 여자친구를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어느 날 첫사랑 그녀와 마주치게 되고 그녀가 매혹적인 미소로 유혹한다. 남자주인공이 첫사랑 그녀를 따라 호텔로 보이는 어느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라, 현여친을 떠올린다. 그리고 돌아나온다. 나는 괜히 야한 장면이라도 나오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었다. 잔뜩 기대했던 아이들은 에이, 하는 분위기였다. 그럴 때면 신은 찰지게 말한다.

"뷰우웅신"

 아이들은 그런 신의 찰진 반응을 즐거워한다. 

신은 학원을 다니는데 성적이 잘 나오면 장학금 형식으로 학원비를 면제해준다고 해서 실상 학원비를 내고 다닌 것은 몇 개월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신의 성격이 활달해서 친구들을 몰고 다니는지라 원생이 늘어 학원 입장에서 신은 참 반가운 원생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여튼 신의 1등급 비결은 무엇일까, 모두들 궁금해했다. 편안함을 주는 외모에, 껄렁껄렁한 말투, 꾸안꾸의 원리를 깨달은 듯 자연스럽고 깔끔한 패션, 누구라도 신을 즐거운 아이로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더구나 같이 어울려다니는 남자아이들은 더 황당해했다. 똑같이 PC방도 가고 가끔은 말 못 할 일탈도 하는데 (합창대회 전날 이상한 음료를 마셨는지 얼굴이 샛노래져서 무대에 올랐다.) 현격히 좋은 성적을 받은 것을 배아파했다. 신의 어머니에게서 들은 비법은 이것이다. 강의하기. 공부하는 내용을 선생님처럼 소리내어 설명하는 것이다. 엄마 앞에서 하기도 하고, 자기 혼자 하기도 하고. 나중에 한국에 소개된 이스라엘 학습 방법인 ‘하브루타 방식’인 것도 같고, 이후 이런 아이디어가 사교육 시장에 ‘강의하는 아이들’이라는 학원으로 번진 적도 있으니 이런 점에서 신은 선구적이다. 어쩐지 수업 중에 신이 하는 논평이 뭔가 논리적이라는 느낌이 있더라니 나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신의 엄마는 모르는 비밀을 나에게 말해주었는데 바로 이것이다.

“맞아요. 저는 아이들과 PC 방에도 가고 놀기도 많이 놀죠. 그런데 저는 게임을 하면서도 놀면서도 마음속에서 조바심을 내는 거에요. 아, 나는 지금 여기 있는 게 아니고 저기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해. 아무한테도 말은 안 하지만 혼자 이를 가는 거에요. 그러면 나중에 공부할 때 진짜, 집중이 잘 돼요.”     

예전에 TV에서 어떤 여자 연예인의 인터뷰를 봤는데 

“이렇게 변함없이 아름다운 피부와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저는 먹고 싶은 거 다 먹어요.”

진행자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녀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대신 조금만 먹어요. 초코파이가 먹고 싶으면 먹어요. 대신 반절만.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면 먹어요. 대신 조금만.” 

숨막혀 죽을 것 같으면 한 번 해볼 방법이다. 잠깐의 일탈, 그리고 중심 잡기. 중심만 잡는다면 그 어느 것도 나쁠 것이 없다는 교훈이 들긴 하는데 그것도 신처럼 능력자나 가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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