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엔 내신 평균 1.0이 세 명이나 된다우~ 2

학교 수업만으로 1등급이 가능할까. 가능했던 황0민

by 향기로울형

민은 도수 높은 안경으로 인해 그다지 작지 않은 눈이 작아 보이는, 수줍은 미소가 돋보이는 단발머리의 여자아이다. 나는 그애가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최소한의 동선을 유지하고 최대한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학원은 이전에도 다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민은 석식을 먹고 학교에서 아홉 시까지 야자를 하다 간다.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야자를 하던 친구들이 집에 혹은 학원에 간다고 하면 아쉬운 표정을 지을 뿐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페이스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학원도 안 다니고 과외도 받지 않으니 그 애의 공부는 심플하다. 먼저 그날 배운 과목들을 순서대로 꺼내어 그대로 복습을 한다. 제출해야 할 과제나 수행평가가 있으면 그것을 준비한다. 그리고 다음 날 나갈 과목을 예습한다. 수학 문제에 특별히 시간을 더 할애한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법도 한데 딱히 그런 문제에 대해 조바심을 내는 것 같지도 않다. 아마도 수학 선생님께 나중에 질문을 하겠지. 날마다의 루틴이 그렇다보니 과제나 수행평가, 평가에서 펑크나는 일이 없다. 어느 날은 연합학력평가 점수를 보다가 영어 점수가 좀 저조하여, 괜한 노파심에 영어 선생님과 민의 학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사교육을 좀 받아야 할까요?”

“민처럼 사교육을 100% 안 받는 학생을 못 봐서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특히 영어의 경우에는 시작이 사교육인 친구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민이가 혼자 하는 것을 즐기니까 부족한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파악된다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민에게도 우리들의 고민을 솔직하게 전했다. 민도 공감하고 자신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딱히 야자를 빠지지 않는 것을 보아 학원 출석은 안 하는 것 같았다. 비가 와도 교실이 텅 비어도 자신이 계획한 공부를 우직하게 하는 민이가 나로서는 참 오랫동안 기억나는 학생이다.

민이는 그렇게 학교 수업만으로 학업을 유지하고 대학에도 무사히 진학했다. 문득 궁금해 안부를 물었더니 지금은 AI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다고 한다.

학원은 학교 수업의 동반자임에 분명하다. 수업만으로는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거나 수업만으로는 충분히 훈련되지 못한 것을 학원이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은 학교 수학 수업이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어렵다고 한다. 학원에서 선생님이 자신을 붙잡고 차근차근 설명해줄 때 이해가 잘 된다고 한다. 어떨 때 학원은 교육기관이고 학교는 평가기관인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교사인 나도 아이가 학원을 하나 더 등록하겠다고 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학원을 너무 많이 보내면 아이의 삶이 그만큼 각박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수행평가와 지필평가, 그리고 과제들은 그대로 쏟아지고 학원 숙제가 아이들의 목을 조른다. 어떤 학원은 지각만 해도, 숙제만 안 해가도 띵동, 부모에게 채근하는 메시지가 들어온다. 학원, 그 영원한 화두 앞에서 민이를 가끔 떠올린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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