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엔 내신 평균 1.0이 세 명이나 된다우~ 3

그녀의 비법은 독서? 책을 좋아하는 0선이

by 향기로울형

선이는 일대일 상담 때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이다. 내게 먼저 말을 붙여오는 법이 없고, 수업 시간에도 질문을 하는 법이 없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어도 궁금한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대신 선이는 글을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아이다. 글을 좋아하고 글을 섬세하게 잘 쓴다. 특히 문학 작품을 즐겨 읽어, 수행평가 같은 급한 일이 아니면 대부분은 조용히 교실에서 책을 읽는다. 취미가 자신이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의 종족 계보를 정리하거나 스토리 정리하기, 캐릭터 분석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가끔 선이처럼 얌전한 학생을 볼 때 조바심이 날 때가 있다. 문제는 수행평가. 수업 시간에 발표 점수를 수행평가에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업 중 발표 횟수에 따라서 수행평가 점수를 부여하는.

나도 그런 수행평가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손을 들면 그 순간 머릿속으로 재빠르게 판단한다. ‘이 질문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야. 그러니까 조금 실력이 낮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해.’

그리고 거기에 맞는 학생을 지목한다. 발표 기회를 골고루 줘야 하지만 또 발표에 대한 효능감도 길러야 한다. 그래서 너무 쉬운 문제에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손을 흔들어봐야 시켜주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은 실수가 난다.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도 선생님이 요리조리 자기만 안 시켜준다면서 열폭하는 열혈 학생도 있다.(그럴 때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음 수업 때 일빠로 시켜주기로 약속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선이가 점수를 잘 딸 수 있을까? 손을 들기나 할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선이는 선이다운 방법을 사용했다. 뭐냐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질문에 손을 드는 것이다. 경쟁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당연히 선이에게 기회가 간다. 그러면 선이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선이는 발표할 때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선이의 이런 성격을 알아서인지 아무도 손을 들지 못하는 고난이도의 질문에 손을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이가 발표할 때면 교실이 급 고요해진다. 대답은 수준 높다. 그렇게 선이는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좋은 발표 점수를 받았다.

선이는 뭔가 한 발자국 뒤에 물러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관조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런데도 조용히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필 줄 알고, 다시 자신이 좋아하는 책 속으로 들어갈 줄도 안다. 선이의 조용한 성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비슷한 여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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