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뮤지컬
“이거 봐. 뮤지컬 티켓.”
엄마가 보물이라도 얻은 것 같은 표정으로 티켓을 내밀었다. 3층 가장 값싼 자리도 두 사람이 보려면 10만 원이 훌쩍 넘는 것을 재영은 안다.
“너 가수가 꿈이라며. 그럼 이렇게 고급진 공연 문화를 많이 경험해 봐야지.”
엄마는 그 비용을 만들기 위해서 생활비를 어떤 식으로 아꼈을까? 엄마의 수입과 아빠의 수입이 어떤지는 잘은 모르지만 10만 원이란 돈이 집에서 어떻게 유용하게 쓰이는지는 안다. 꼭 갚아야 하는 것들과 꼭 내야 하는 것들 그리고 꼭 사야 하는 것들,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것들을 빼면... 재영은 그깟 뮤지컬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그쳐본다.
“그 뮤지컬 유튜브에 다 올라와 있어.”
“알지, 알아. 하지만 너는 좀 다를걸. 너는 귀가 특별하잖아. 영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최고의 음향시설로 재현해 내는 노래를 들어야지.”
재영이 틈만 나면 뮤지컬 공연을 들여다보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이 배우가 그 역할을 맡은 사람 중에서는 제일 잘한다 어쩐다 했던 것을 엄마는 한 마디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좀 그렇기는 하지.”
재영이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야, 우리 집 부자 아니라고 이런 거 못 살 정도는 아니야. 솔직히 나는 너 이런 거 보여주고 싶어서 돈 버는 거야.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고.”
아닌 게 아니라 뮤지컬은 참 멋졌다. 엄마는 줄거리에 흥미를 갖고 인물들이 하는 노래 가사를 해석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재영은 그 노래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재영은 가수들이 뽑아내는 그 멋진 소리에 빠져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밤이 깊었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의 헛헛함이 재영의 뱃속을 간지럽혔다. 둘은 말없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너무 허황된 것 같지 않아?”
재영이 먼저 말을 건넸다.
“뭐가?”
엄마가 가던 걸음을 늦추면서 말했다.
“가수가 된다는 거 말이야.”
엄마는 말이 없었다. 뭐라고 말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도 몰라.”
엄마는 재영이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듯 살짝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엄마는 뭐라고 말 못 하겠어. 어떨 때는 너무 어려울 것도 같고 어떨 때는 열심히 하면 길이 생길 것도 같고.. 생각이 복잡해. 일단 가봐야 알지 뭐.”
엄마는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중요한 건, 지금 네가 그걸 좋아한다는 거... 그거 아냐? 엄마는 그걸 꺾을 마음은 없어. 가다 보면 다른 길이 보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게 네 길이 될지도 모르지. 엄마가 너무 무책임한가?”
“아니야. 나도 사실은 누군가 이 길을 가, 이러면 숨 막힐 것 같아. 엄마가 안 그래서 고맙게 생각해.”
“그럼 다행이네. 버스 왔다. 가자.”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