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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학교에 오지 않는다

by 향기로울형

학기 초 상담을 시작했을 때 세 명의 여자애가 A를 지목하며 '불편하다'라고 했다. 친하게 지내다가 서로 안 맞아 불편해졌다고 한다. 감정이 엄청 나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학급에서 티를 내거나 그러지는 않겠다고 했다. 나는 그 애들의 감정을 존중하고 잘 알고 있겠다고 했다.


A는 침착해 보였다. 차가운 듯도 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살짝 들려 올라간 입매나 동그란 눈이 매력적이었다. 목소리는 작은 편이고 살짝 그늘진 듯했지만 발음이 정교했다. 수업 태도도 좋고 무엇보다 그림 솜씨가 뛰어난 재능이 많은 아이였다. 다행히 A는 S라는 단짝이 있었다. S도 A와 결이 비슷해 보였다. 그런 둘은 수업 시간이든지 조회나 종례 때든지 눈빛을 교환하여 선생님의 말에 대해,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어떤 감정을 나누었다. 외로운 교실에서 유일하게 감정을 주고받는 사이이므로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고 넘어갔다. 학부모 상담 주간에 S의 어머니가 상담을 요청해 왔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지난해 A가 교우관계로 몹시 어려움을 겪었는데 A 어머니의 부탁으로 올해 S랑 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S는 A 때문에 많은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중이라고. 우선 A 때문에 반 아이들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 A는 자기 뜻대로 하기를 좋아한다는 것. S에게는 다른 반 친구 G도 있었다. G는 애당초 S와는 물 만난 고기 같은 사이였다. 수줍음 많은 G도 S와 만나면 수다쟁이가 되었고 S도 그랬다. 그런데 G화 A는 데면데면한 사이라 이 사이에서 S는 힘들어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말과 달리 S는 이런 불편감을 내게는 드러내지 않았다. 문득 보이는 어두운 표정은 A 때문인지 그 애 특유의 기질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여름쯤 되었을 때 J가 이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다. J는 둘에 비하면 잘 웃고, 농담을 잘해서 넷의 분위기가 좋아졌다. 상담할 때 조금 교우관계를 넓혀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던 터라 나는 기뻤다. J가 A와 손을 잡고 간다든지 하는 친밀한 스킨십이 눈에 띄었다.

어느 날 보니 A가 J랑만 급식을 먹고 있었다. 내가 S에게 물었더니 그냥 둘씩 먹기로 결정했다고, 그게 더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A가 그렇게 하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A는 새로 친해진 G랑만 지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을까? S에게 섭섭한지 물었을 때 S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다 9월이 되었다. A가 생리결석으로 빠진 날 혼자가 된 J가 S, G랑 밥을 먹게 된 것이다. 그날 그 애들은 많은 것을 나누게 되었다. 그간 A가 얼마나 자신들에게 섭섭함을 주었었는지를.... 그 애들은 그냥 그 정도의 표현을 썼다. 섭섭하다, 안 맞다, 그리고 불편하다....


다음날 A는 셋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멀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날 A는 울면서 나에게 찾아왔다. 나는 셋을 불렀다. 중재하려던 나의 선한 의도가 무색하게도 셋은 그런 A의 행동에 안 그래도 냉랭해졌던 마음이 급속도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더 이상은 친구로 지낼 수 없을 것 같다. 이건 싸운 것도 아니고 그냥 안 맞는 사이라서 헤어진 것뿐이다.


A가 교실에 들어가지 않은 지 넉 달째이다. 체험학습, 결석, 지각과 조퇴(한두 시간만 상담실에 머물다가 간다) 그리고 학업중단 숙려제.

담임교사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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