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울지 않는다

- 아들을 웃으면서 군입대 시킨 엄마입니다.

by 향기로울형

아들 둔 엄마라면 다들, 아들이 아주 꼬맹이이던 시절부터 군 입대를 걱정한다. 나는 둘째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 엄마가 주최하는 숲체험에 따라 갔다가 질겁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안전 장치 하나 없는 산비탈의 그네, 얼마든지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다리를 즐거워하며 잘도 건너는데 아이와 나는 새파랗게 질렸다.

주최하는 린 맘의 패기에 어울리게 린(여자아이였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건너는 거야, 하며 진두지휘를 하고 아이들이 모두 그 다리를 건넜을 때, 아이와 나는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어떡하지?"

"엄마, 나 못 건널 것 같아."

아이를 달래어 건너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사람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자."

"응!"

우리는 자체 퇴각 명령을 내렸고 그렇게 산을 내려왔다.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 소리가 멀리에서 들려왔다.

몇몇 인솔 엄마들과 아이들을 올려보내고 산밑 원두막에서 아이스커피와 수박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들이 음?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분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어서 친하지는 않다. 발 넓고 친절한 현우 맘이 나와 아들을 아껴 2차 초대 멤버가 된 것이다. 나는 엄마들 틈에서 어색하지 않은 척 어색하게 낑겨 있고, 아이는 마당에 있는 놀이 기구(도전해 볼 만한 것으로)에서 홀로 놀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걱정했다.

"아! 군대 어떻게 보내지?"

숲체험에 있는 시설들이 흡사 군대 유격 훈련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선생님들과 식사를 하면서 전날의 사건과 근심 걱정을 이야기했을 때 앞에 앉은 과학 선생님이 내 근심에 불을 지폈다.

"맞아요. 군대 힘들어요. 저도 짚라인 타다가 다리 부러졌잖아요."

공부만 했을 것 같은, 목소리도 사근사근한 과학 선생님은 평소 운동 안 하다가 군대 갔더니 체중도 체중이요 운동 신경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아들은 군대에 가게 된다. 104킬로그램의 거구로. 보기에는 그냥 오동통인데 체중은 그렇게 어마어마하다. 4급(4급이면 공익을 갈 수 있다.)에 해당하는 체중인데, 신검 때 앞에 앉은 군의관(?)이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할래요? 원하면 3급 드릴게요. 체중 조금만 빼면 3급 가능한데."

"네, 3급 주세요."

엄마 닮아서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이다. 다음은 당일 단톡방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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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 4급 나오긴 함. 3급 내놓으라 했음.

아빠 : 4급 좋아.

아들 : 난 싫어.

아빠 : 누구는 4급 받으려고 몇 억을 쓰는데. 1억 날림.

엄마 : 신의 아들만 4급을 받는 거야.

아들 : 신의 아들이 인간이 됨. 거의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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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훈련소에서 20분짜리 입소식을 할 때 진행자의 요구에 따라

"아들아 사랑한다."

"부모님, 사랑해요."

닭살 행각을 하고 아들이 대열 속으로 들어가 서 있을 때, 옆에서 남편이 눈가를 닦았다. 뒷자리에서 어떤 엄마가 통곡을 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남편이 물었다.

"엄마, 기분이 어때?"

"씩씩하게 잘 하네, 뭐. 원이는 잘 할거야."

마음 고생은 그 전주에 다 했다. 2주 전에 내가 코로나에 걸리고, 아직 코로나에 걸려본 적이 없는 아들이 군입대를 앞두고 코로나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내가 다 나았을 때 아들이 콜록콜록, 켁을 자다가도 하는 것이었다. 코로나검사를 받자 해도 약만 지어 먹고 끙끙 앓는 아들을 보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겨우 입대 이틀전에 증상이 모두 좋아진 것이다.

나도 아들도 질병을 떨구고 난 후의 가뿐한 느낌이었다.


입대 후 며칠이 지나 아들에게 카톡이 왔다.

"엄빠, 나 코로나래. 증상은 전혀 없음. 지금 장교 숙소에서 자가 격리 중임. 옆에 동기 한 명 있는데 걔도 증상 없음. 폰 주셨음."

코로나 검사를 안 받은 게 신의 한수였다. 첫주를 편히 지내고 있는 아들, 나머지도 잘 지내다 오렴.


아, 엄마는 울지 않는다. 왜 안 울었냐고?

- 나는 현재 건강하지 않다. 건강하지 않은 엄마가 찔찔 짜기까지 하면 얼굴이 말이 아닐 것이다. 아들은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나마 웃는 게 낫다. 나는 울면 진짜 못 봐준다. 우선 코가 무진장 빨개진다. 나도 새하얀 얼굴에 맑은 눈물만 또르르 흘릴 수 있다면 울었을 거다.


퀴즈. 이 새벽에 글을 쓰고 있는 원이 엄마는 울고 있을까요? 울지 않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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