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여자만 보시오!

꼭 해줄 말이 있소이다.

by 향기로울형

10대 후반, 그녀들의 얼굴에는 여드름 패치가 붙어 있게 마련이고, 수능 시험을 끝내지 않는 한 그들의 미모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그들이 따! 수능을 마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름다운 스무살이 된다. 그들이 대학에 붙느냐 붙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문명적인 것은 자연의 섭리를 막을 수 없다. 얼굴에는 여드름이 사라지고, 교실과 독서실의 의자와 전투를 치르느라 어설퍼진 체형은 놀라운 신진대사와 약간의 노력으로 가다듬어진다. 그리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안경을 벗는다. (성형은 언급하지 않겠다. 단언컨대 성형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아름답다. 화장도 언급하지 않겠다. 화장은 오히려 그 아름다움을 해칠 때가 많다.) 그렇게 해서 아름다운 스무 살의 아가씨가 등장한다! 비너스의 탄생처럼.


남성들은 일관되게 스무 살의 아가씨를 사랑한다. 어린 남자는 누난 내 여자라 우긴다. 스무 살의 남자는 친구라 부르고 사랑이라 새긴다. 복학생 선배는 후배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기꺼이 주머니를 비운다. 그리고 연세 있는 남자분들은... 추억 속에 깃든 스무 살 그녀를 그리워한다. 현실의 스무 살을 사랑하게 되면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섯 살 짱구도 스무 살 이슬이 누나를 사랑한다.


히아신스를 길러본 적이 있다. 양파처럼 생긴 알뿌리에서 양파처럼 생긴 싹이 나고 꽃대가 올라오더니 꽃봉오리가 맺혔다. 그리고 봉오리를 살짝 열어 꽃을 피웠다. 그 향기가 너무 강하여 취할 것 같았다. 꽃 한송이에서 나온 향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스무 살은 이제 금방 피어난 히아신스처럼 아름답다. 꽃잎을 꼭 다물고 있다가 연 그 순간의 향기가 아름답다. 청바지에 하얀 티만 입어도 예쁘고, 원피스를 입어도 예쁘다. 고개숙인 채 눈을 내리고 있으면 속눈썹 그림자가 예쁘고, 고개를 들어 눈을 크게 뜨면 탁기라고는 전혀 없는 맑은 눈이 예쁘다. 생긋하고 웃어도 예쁘고, 새초롬하니 무표정해도 예쁘다.


나의 스무 살을 떠올려본다. 그때 내게 꽃을 주며 고백했거나, 아니면 나를 두고 경쟁하기 위해 꽃을 주었던(판단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꽃을 준 남자들로 통계를 한정하겠다.) 남자가... 넷은 된다. 나도 모르게 지나가버린 스무 살의 나도 나름 향기로웠나보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나에게도 향기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스무 살인 다른 친구들이 더 아름답고 향기롭다고 생각했다. 무엇인가 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내 생애 가장 향기로운 나날을 날려보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스무 살에게 말한다. 마치 파닥파닥 빛나는 물고기를 놓쳐버린 후에 나보다 아래쪽에 있는 사람에게 "잡아!"라고 소리치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너의 향기를 느껴봐.

너는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을 통과하고 있어.

너 자신을 음미하고 사랑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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