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밸런스 게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향기로울형

불가항력적인 고통 속에서 죽는 날만을 기다리는 것과 어느 날 어느 시를 정하여 생을 마감하는 것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오랜 세월 반복되어 온 토론주제 안락사, 혹은 존엄사.

죽음이 너무나 먼 이야기였던, 연로한 부모님과 관련된 문제일 거라 여겼던 시절에는 연명치료의 중단이란 생명을 경시하는 몰인정으로 생각되었었다.

그런데 내가 환자가 되고 보니, 환자의 입장에서 최선의 것을 생각해 보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이 공포의 밸런스게임에서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 내가 그런 상황이라는 건 아니니 놀라지는 마시라)

내가 걸린 병이 일단은 치료가 마무리되어 가는 중인데 재발률이 꽤 된다고 하니 아무래도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건 나를 간병하게 될, 혹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족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환자인 나의 존엄과 평안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을 때 내린 결정이다. 사람은 한 번은 죽는 것이므로 그 죽음의 시기를 죽기 살기로 늦출 필요는 없다.


키에르 케고르가 어느 글에서 노년에 죽음을 맞는 것은 잘 익은 과일이 때가 되어 떨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거라고 했는데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랑 맞는다.

내게 있어 죽음이란 그렇게 끔찍한 것은 아니다. 영원한 안식이라는 말이 적합하다. 끔찍한 끝이 아니라 여행의 끝에 도착한 내 집과도 같은 것으로 평온한 것이다.

다만 나 없이 살아갈 가족들의 슬픔이 마음에 아린다. 나는 애통해할 것이다. 아들들의 엄마 없음에, 남편의 아내 없음에.


삶이 고단했던가. 아니면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검진날이라서 그런가. 어쨌든 내가 그리는 공포의 밸런스게임의 선택은 완료되었다.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지금은 고인이 되었을 어느 외국 교수의 미소와 가족들의 지지가 내가 그리는 마지막이다.

물론 그 선택의 상황이 오지 않고 천수를 누리다가 어느 밤 고요히 잠드는 것이 더 좋기는 하다.


하하 그러고 보니 오늘 내 생일이네. 축하한다. 다 잊고 오늘을 즐기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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