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쯤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웠는데 커다란 강당에서 실력이 천차만별인 아이들이 우르르 뒤섞여 배워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아들은 집에서 중심 잡기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익히고 와서 다행이었다. 노련한 강사선생님은 처음 배우는 아이들을 우선으로 가르치셨다. 그리고 적응이 어느 정도 되었을 때 실력이 중간 이상 되는 아이들도 활동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애들에게는 실력이 모자란 아이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주의를 주었다. 아들은 실력이 날로 늘었다. 요일마다 조금씩 활동 내용이 다른데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금요일에 있는 술래잡기였다.
"술래잡기할 건데, 나는 자신 없다. 넘어질 것 같다. 그럼 빠져도 됩니다."
술래는 강사선생님이 임의로 지목하는데 보니 그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아이를 시키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술래로 지목되는 것이 명예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참관하고 있는 엄마들은 자녀가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아이가 제법 잘 달아나면 기뻐하며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술래에게 잡히면 아, 아쉬워한다. 제일 늦게까지 잡히지 않으면 다음에는 술래가 된다. 그건 복면가왕에서 가왕이 되는 것과 같아 엄마도 아이도 웃음이 절로 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어떤 여자애가 강사 선생님께 자신도 술래를 하고 싶다며 징징거렸다. 좀 오래. 엄마들이 다 보고 있는데 그 애의 소원을 무시하는 것이 좀 그랬는지 강사 선생님은 그럼 한 번 해보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은 살짝 기분이 안 좋은 듯,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삑---!"
술래잡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아이들이 그 커다란 강당을 신나게 달린다. 멀리멀리.... 어떤 장면이 벌어졌냐 하면....
술래인 여자아이가 아이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간다.
뚜벅뚜벅 드르륵, 뚜벅뚜벅 드르르륵.
아이는 그 정도의 실력이었던 것이다. 본인은 잘 탄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막상 게임에 들어서니 실력이 너무나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여기저기 도망 다니고 심지어 혀를 내밀며 놀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여자아이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아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어떡해...."
여자아이가 종종거리며 따라다닐 뿐 한 사람도 잡지 못하자 엄마들이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도망 다녔으니 대충 잡혀줄 법도 한데 아이들은 의외로 잔인한 면이 있었다. 아니 자기중심적이라고 해야겠지? 강사 선생님은 종료 휘슬을 불지 않았다. 수업 종료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실력도 되지 않는 아이가 무모하게 나서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뼈아픈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삑---!"
충분히 괴로웠을 때 종료 휘슬이 울렸다. 아이들은 웃으며 저마다의 엄마에게로 달려갔다. 아들이 내게 헬멧을 건네고 물을 받아 마시는 동안 힐끔 그 여자아이를 살펴보았다. 여자아이는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