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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 Oct 26. 2023

서른의 감상, Beau is confused

영화 <Beau is afraid>

1.

태풍을 뚫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려니 강한 바람에 차체가 마구 흔들렸다. 불안함을 안고 나아가는데 저 멀리 하늘이 번쩍, 쪼개지는 게 보인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캄캄한 밤, 이대로면 저곳에 닿는 걸 알면서도 나아갈 수밖에 없다. 방금 번개가 쳤으니 곧 천둥이 울릴 테지. 두려움에 떨면서도 저항 없이 우레 속으로 들어간다. 하나밖에 없는 나의 홈, 스위트 홈이 거기 있으므로.


2-1.

마약중독자와 걸인, 정신이상자들이 가득한 거리에 '보'의 스위트 홈이 있다. 소란스러운 바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으로 달려 들어가지만, 여전히 보의 세상은 시끄럽고 괴롭기만 하다. 외부 환경이 보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 내면이 혼란스러워 외부 환경까지 망친 것인지. 뭐가 먼저인지 알 도리가 없다.


3.

이곳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요새. 어서 오세요. 당신을 지켜드려요. 방패로 사방을 막았으니 안심하세요. 사랑할수록 방패의 개수는 많아지고 이내 그것으로 벽을 세울 거예요.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당신을 보호할 거예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간혹 방패를 누이면 질 좋은 무기가 된답니다. 괜찮아요. 이 안에서 당신은 영원히 작은 소년이에요. 가엾은 나의 소년, 사랑해야만 해요.


2-2.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장르는 공포다. 정말로 공포스럽기는 했다. 귀신이 나오지는 않지만, 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어지러운 풍경이 무서웠다.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과 끔찍한 사람 시체가 나왔지만 보의 엄마가 주는 압박감이 더욱 컸다. 보의 세상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엄마라는 존재는 그 어떤 것보다도 두려웠다. 보가 느끼는 불안감, 공포, 긴장, 걱정, 두려움, 초조함, 패배감, 무력함, 분노 등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어디서부터가 진짜인지, 어디서부터가 환상인지 알 수가 없다.


4.

내 머리를 반으로 가르면 뿌연 안개가 보일 거야 어쩌면 뜨거운 증기가 날릴지도 몰라 아니 사실은 다 타고 남은 재 가루 단어와 시간과 사건들이 엉망으로 얽혀있다 타버렸다네 다 태워버렸다네 코를 막아야 해 외면의 냄새는 아주 오래가거든 비강을 가득 메운 후회는 아무도 없애지 못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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