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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타 May 29. 2016

다음 중 적절한 답변을 고르시오.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

"우리, 사귈래?"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해?"


감정이 없는 이에게서 받은, 의문문의 형식을 가장한 청유형의 문장은 때로 숨이 막히기까지 한다.

친구로 생각한, 그저 '좋은' 사람으로 생각한 당신은, 나의 어느 면을 좋아하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

"미안해요, 그냥 좋은 선후배 사이로 지냈으면 해요."

"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지금은 연애를 할 생각이 없어서, 미안해요."


어떤 표현이 되었든, 힘들게 꺼낸 거절의 말이 당신의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신에게 '여지를 줬음에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신에게 나쁘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그렇게 당신과 연을 끊었고,

나는 그렇게 지인들에게서 당신이 내 욕을 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에게 꼬리를 친 나쁜 여자가 되어 있었다.




나는 당신을 어떻게 거절했어야 했으며, 당신을 어떻게 대했어야 했는가.

누군가 나에게 적절한 답변을 주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객관식 시험문제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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