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런 추억이 있다
"첫눈에서는 첫키스의 향이 난단다."
A는 설원에 제 발자국을 남기며 그렇게 말했다. 올해 내린 첫눈은 쌓이지도 않아 낮도깨비가 왔다 갔나 몇 번이고 눈을 비비게 했다.
"첫키스의 향? 그건 또 무슨 향이래?"
"뭔 향이 나겠냐. 소설 보면 폭죽도 터지고 뭐 눈앞이 새하얘지고 한다더만, 난 그냥 별 거 없던데."
A의 뒤를 따라 걸으며 남은 발자국 위에 내 발을 포개는 것은 퍽 즐거운 일이었다. 누군가 나중에 이곳을 찾으면 한 사람이 걸어갔다 생각하리라.
"아니야. 내 첫키스는,"
"어?"
"콜라 향이 났어."
그러니까 그는, 고기를 먹고 카운터에서 콜라맛 사탕을 집었다. 집 앞, 날파리 시체가 가득 들어가 침침한 가로등 밑에서, 우리는 첫키스를 했다.
내 첫키스에서는 콜라 향이 났다. 진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가 묘하게도 달큰해서, 노래하는 북극곰의 냄새가 섞인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