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재의 반성)
지근지근 두통이 몰려온다.
고된 노동에 지친 두뇌가 보내는 파업 신호다.
양 손의 검지로 관자놀이를 강하게 눌러 진압한다.
"그라믄 안 돼!"
하지만 그때뿐이다.
진압작전이 끝나면 파업 세력이 곧바로 다시 봉기한다.
웬만하면 이렇게 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좀 더 강력한 물리적 처방이 필요하다.
“두통약 어디 갔어?”
그런데 이 순간!
가뜩이나 머리에 뚜껑이 열리는 과열 상태인데
마눌이 마늘을 까달라고 한다.
“내가 지금 마늘이나 까고 있을 때야? 확 그냥!”
욱하는 감정이 명치끝에서 올라와 후두부를 강타한다.
다행히도 전두엽의 신속한 개입으로
입술사이로 말이 새 나가는 비상사태를 가까스로 막아냈다.
“에라~ 모르겠다. 마늘이나 까자.”
뭉툭한 손톱으로 애써 마늘 껍질을 한 꺼풀씩 벗겨내는데…
이거 쉽지 않다.
힘을 주면 푹 들어가고 힘을 빼면 껍질이 걸리지 않는다.
생각보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눈이 점점 맵고 따가워진다.
나도 모르게 슬쩍 비볐더니,
쓰바 눈물까지 주룩주룩.
아놔~ 진짜 딴생각이 안 난다.
어라! 근데 이건 뭐지?
난 그냥 쪼그리고 앉아 마늘을 깠을 뿐인데
그저 매워서 눈물을 흘렸을 뿐인데
어느새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신묘하다.
마늘은 항암효과가 있다던데,
마늘 까기는 두통에 효과가 있나 보다.
이거 FDA 승인받아야 하는 거 아냐?
마늘 까기의 효능을 좀 더 느끼고 싶어 힘차게 외쳐본다.
“마늘 더 깔 거 없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