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재의 반성)
세상을 살다 보면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된다.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되면 똑똑해져서
자연스레 걱정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걱정이 되려 늘어난다.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우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내가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세상을
자꾸만 누군가가 알려주는 바람에
지맘대로 생긴 걱정들이 내 마음 속 한가운데로 비집고 들어온다.
걱정한다고 해서
걱정이 없어지는 것도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걱정해준다고 해서
누가 고마워하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걱정을 하는 것일까?
우리가 하는 걱정의 90%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에 관한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과 사람에게는
걱정이란 이름의 바이러스가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일단 만나게 되면 금세 감염되고 만다.
처음에는
그것들이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나에게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다가오는 줄 알았다.
그래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고
그것이 내 삶의 중심이어야 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내가 그것들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데,
만나더라도 그렇게까지 질긴 연을 맺지 않아도 되는데
괜한 오지랖 정신이 발동하여
내가 자처하고 오기부려 만나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쓸데없는 걱정에서 멀어져야 한다.
내 것이 아닌 걱정을
내 것인양 주인행세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걱정해야 할 것과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