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를 위해 닥돌하던 패기 넘치던 시절
나는 첫 이직으로 위풍당당하게 들어갔던 오프라인 유통회사에서 3개월만에 퇴사했다. 대책없이 퇴사하지는 않았고, 이직할 수 있는 곳을 미리 구해두고 퇴사했다.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20대 막바지를 달리고 있던 그 당시의 나는 정말 패기가 넘쳤구나 싶다.
내가 목표로 했던 회사는 부산에 위치한 아웃도어 브랜드였다. 말이 아웃도어 브랜드지 아웃도어로 시작해서 그 당시에는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던 유통 회사였다. 그리고 광고대행사에 다니던 시절 본부 광고주였고, 가장 많은 광고비를 쓰던 큰손이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쇼핑몰이 너무 특이해서 즐겨찾기를 해두고 한번씩 보곤 했다. 그 당시 아웃도어는 기능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악명 높았는데, 그 브랜드는 "신발 하나 팔면 76원 남습니다" / "한판 붙자 대한민국 아웃도어"와 같은 파격적인 가격 정책과 광고가 특이했다. 이 정도 얘기 했으면 아실분도 계실 것 같다.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서 다짜고짜 행동했다. 그 브랜드는 당시 아르바이트 형태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었다. 거기에 나와있는 담당자 연락처로 대뜸 메일을 보냈다.
"저는 이런 사람으로서, 이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정규직 채용은 안하나요?"
30대 중반이 된 지금, 저렇게 다짜고짜 들이댈 수 있을까? 저 당시에는 실력에 나름 자신 있었고 패기도 넘쳤다. 또한 3년 가까이 영업을 했기 때문에 영업 마인드도 발휘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입장에서도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에 반쯤 미친 사람(?)이 필요했던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패기 넘치는 메일링 후 나는 면접을 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면접을 보고 합격하게 되었다. 연봉은 광고 대행사 시절보다는 확실히 많이 깎았다. 거의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해당 브랜드의 팬심이 아니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하락폭이었다.
나는 여성복 사업부의 광고를 담당하게 되었다. 광고 대행사에서 다양한 카테고리의 광고주를 만나 보았지만 여성의류는 처음이라서 어려웠다. 그리고 AE 시절에는 말 그대로 광고만 신경쓰면 됬었는데 인하우스 마케터가 되고 나니 제품의 마진율, 재고, 미끼상품, 쇼핑몰 UI/UX 등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일처럼 신경을 써야 하니 그 부분이 적응하기 좀 어려웠다.
그래도 나는 광고주가 꼬롬(?)하면 '버리고 새거 인입하자' 마인드였던 에이전시보다는 이 브랜드가 망하면 내가 밥을 굶는다는 마인드로 임했던 인하우스 마케터가 조금 더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앞으로 차차 적어나가겠지만 그래도 이 브랜드에서 도합 4년간 근무하며 많은 경험을 했고 그 광고밥으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상식을 상전으로 모시고 살며 그저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겁쟁이가 되었다. 물론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삶도 소중하다. 그래도 가끔은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돌진하던 패기 넘치던 내 모습이 그립다. 이래서 어른들이 젊을 때가 그립다고 얘기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