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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Apr 27. 2019

[어벤져스:엔드게임] 마블, 고맙습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마블 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 리뷰를 시작하며 ]


 드디어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았습니다. 개봉일부터 지금까지 스포일러를 당할까봐 인터넷 접속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 댓글, 웹툰 댓글 등 스포일러를 당할 건덕지가 털끝만큼이라도 있는 곳엔 접근조차 하지 않았죠.


 웬만하면 영화를 보고 나서 다음날 아침이나 시간이 좀 흐른 뒤에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지금 바로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우선 마블에게 제가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싶네요. 2008년부터 모든 마블의 영화를 빼놓지 않고 관람한 저같은 팬에게, 이번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최고의 선물과도 같은 영화였습니다.


 이번 리뷰는 영화의 플롯이나 구성, 연출, 장단점 등등 이런건 다 집어치우려고 합니다. 그런 내용은 사실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철저히 감성적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쓸 수 밖에 없네요.


 영화는 크게 1부/2부/3부로 나누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각 단원별로 굵직굵지하게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내용 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으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 1부 ] - 타노스의 핑거스냅, 생각보단 괜찮은 히어로들의 일상

타노스의 승리와 어벤져스의 패배

 어벤져스:인피니티워에서 타노스가 승리했고, 우주의 모든 생명체의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전 1부의 분위기를 보고 제일 놀랐습니다. 적어도 영화 초반 30분 정도는 결정적인 패배를 겪은 어벤져스 군단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복수를 다짐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분위기가 정말 암울할 것이라고 생각했고,1부는 솔직히 좀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죠.


 기우였습니다. 처절하게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히어로들은 시종일관 담담한, 심지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인피니티워에서의 패배가 각자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1). 결정적인 순간에 타노스를 놓친 토르는 자책하며 폐인이 되었고, 

2). 가족을 위해 은퇴한 호크아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은퇴로 인해 아무것도 못해보고 온 가족을 잃었습니다. 

3). 브루스 배너는 헐크를 완벽하게 통제하는데 성공했고, 

4). 가장 냉혈한 같던 블랙 위도우는 스쳐가는 동료의 소식에 오열할 정도로 어벤져스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5). 끝까지 은퇴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어벤져스를 지키려고 한 아이언맨은 어벤져스를 떠나 가정을 꾸렸죠.


 어벤져스를 대표하는 각 히어로들의 상상치도 못한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2부 ] - 반드시 해야만 하는, 그들을 구해야 하는 여정

양자슈트를 입은 어벤져스


 2부는 과거여행파트입니다. 어벤져스들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타노스는 죽었고, 스톤도 사라졌으니 사라진 동료들과 세상을 다시 되돌리는것이죠. 토니 스타크의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과거여행을 현실화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들은 각각 팀을 나눠 2012년의 뉴욕(어벤져스), 2013년의 아스가르드(토르2:다크월드), 2014년의 모라그 행성(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014년의 보로미르 행성으로 팀을 나눠 떠나게 되죠.


 2부에서 보여주고자 한 가장 큰 의도는 히어로들을 과거로 보내, 그들이 겪었던 트라우마나 현재 겪고 있는 그리움의 감정을 증폭시켜 다시 한번 각성하게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서술합니다.


1). 2012년의 뉴욕 / 1970년의 뉴저지 - 타임 스톤, 스페이스 스톤, 마인드 스톤

2012년의 뉴욕

 어벤져스의 가장 큰 리더들이라고 할 수 있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그리고 앤트맨이 나서 로키의 창(마인드 스톤)과 테서렉트(스페이스 스톤), 아가모토의 눈(타임 스톤)을 획득하려 합니다. 1부에서 철저히 재미와 유머를 느꼈다면 전 이 장면에서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에게 무한한 안쓰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이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과거에서 각각 만나게 되죠. 토니 스타크는 아버지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짧게나마 감정적 교류를 나누지만, 스티브 로저스는 옛 연인을 발견했지만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두 히어로들의 사망 플래그처럼 느껴져서 가장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2). 2013년의 아스가르드 - 리얼리티 스톤

멸망하기 전의 아스가르드

 개인적으로 토르:라그나로크와 어벤져스:인피니티워에서 그 무쌍을 찍어대던 토르가 너무 상상이상으로 망가진게 아닌가 하는 실망이 영화 초반에 조금 있었어요. 하지만 이 과거 장면에서 토르에게 제대로 감정 이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토르는 모든 가족이 몰살당한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각성한 히어로죠. 2013년의 아스가르드는 부모님이 사망하는걸 봐야만 했던 가장 끔찍한 과거였습니다.


 아마 토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들은 여기서 머뭇거리는 토르를 보고 욕을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죽음과 이별들을 겪어왔고, 끝내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인이 된 토르에게는 너무 가혹한 임무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3). 2014년의 모라그 행성 - 파워 스톤

모라그 행성

 네뷸라와 워 머신이 스타로드를 가격하여 파워 스톤을 강탈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과거의 네뷸라와 현재의 네뷸라가 혼선을 일으키면서 모든 계획이 타노스에게 들통나버리죠. 맞수가 되지 않는 언니에 대한 자격지심,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뒤엉켜 과거의 네뷸라는 결국 현재의 네뷸라를 습격하여 어벤져스들을 가장 큰 위기로 몰고가게 됩니다.



4). 2014년의 보로미르 행성 - 소울 스톤

소울스톤의 수호자, 레드스컬

 소울스톤을 찾기 위해 호크아이와 블랙 위도우가 가게 된 행성입니다. 출발할때 호크아이가 "부다페스트에서 너무 멀리왔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깨알같은 센스가 느껴졌죠. 상대적으로 히어로들의 과거라기 보단 가장 외딴 행성에 단 둘이 간 상황이라, 그들의 과거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서 아쉬운 파트이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블랙 위도우의 과거가 정말 너무 궁금한데, 끝내 여기서도 공개가 되지 않는군요. 블랙 위도우 단독 영화를 기대해봐야겠습니다. 블랙 위도우가 진짜로 사망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니까요.


[ 3부 ] - 어벤져스, 어셈블!


 우여곡절 끝에 블랙 위도우를 잃고 스톤들을 모두 모은 히어로들. 겨우겨우 사라진 사람들을 살려내는데 성공했으나, 과거 네뷸라의 배신으로 타노스의 대대적인 침공이 시작됩니다. 어벤져스 기지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죠.

타노스와 BIG3의 대결

 우주선에서 타노스가 내려오고, 무너진 잔해에서 어벤져스의 BIG3(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만 나와서 모든것을 걸고 타노스와 혈투를 벌이는데 정말... 이 장면에서는 숨도 못쉬고 본 것 같습니다. 앞에 캡틴마블 리뷰에서 히어로 영화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라고 말씀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요소는 히어로들의 고귀한 희생과 고난이죠.


 혈투 끝에 타노스를 물리치나 했지만 토르와 아이언맨이 전투불능 상태가 되고, 캡틴의 방패도 반 이상 망가진 상태에서 타노스의 대규모 군단이 지구를 침공해옵니다.


 캡틴 아메리카 혼자 이 모든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부활한 히어로들이 "on your left"를 외치면서 옆에 서고, 캡틴 아메리카가 그들과 함께 타노스와 맞서며 "어셈블"이라는 단어를 외칠때 정말 역대 마블 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한 최고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습니다.


 사실 다 필요없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 장면만으로도 마블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는것과 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최후의 전쟁 장면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했습니다.


[ 리뷰를 마치며 ]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했지만, 사실 영화 내용은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사라진 히어로들은 돌아올 것이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퇴장할 것이다. 둘중에 한명은 사망할 것이다. 어느정도 예상한대로 스토리는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 감동한 것은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까지 10년 넘게 마블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덕후들을 신경쓴게 티가난다는 점입니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의 엘리베이터씬, 한바탕 하나 싶었는데 "헤일 하이드라", 절체절명의 순간에 팔콘의 "on your left", 아이언맨의 상징적인 대사이자, 본작에서 유언이 되어버리는 "나는 아이언맨이다"까지...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본다기 보단 그동안 봤던 모든 마블 영화들을 느긋하게 복습하는 느낌도 들었어요. 서두에도 말했지만, 이 영화 한편으로 마블은 크리스 에반스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최고의 작별을 선사했고, 저같은 마블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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