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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Jun 22. 2022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업인이다

이 땅에 태어나서, 정주영

이봐, 해봤어?

 기업인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일론 머스크는 우주 시대를 열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고 있다. 화성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휴대전화의 생태계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기업인들이 세상을 바꾼다. 하지만 나는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와 같은 외국의 유명한 CEO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운 위대한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밀리의 서재에서 "이기는 정주영, 지지않는 이병철"을 읽었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인생을 그다지 깊이 탐구하지는 않고 굵직굵직한 부분을 비교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읽은 책이 바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님의 일대기인 "이 땅에 태어나서" 였다. 조만간 이병철 회장의 "호암자전" 역시 읽어 볼 계획이다.


 최근에 남아도는 시간에 허우적대며 한번씩 "나는 이 땅에 왜 태어났고 무엇을 남기고 갈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우울해져서 곧잘 그만두고 걸으러 나가긴 했지만 상당히 묵직한 질문이긴 하다. 정주영 회장님은 그저 머릿속에 가진 것이라곤 일 생각과 우리 민족, 그리고 우리 나라밖에 없으셨던 것 같다. 


**불굴의 도전정신과 성실함

 막노동에서 엿공장으로, 엿공장에서 쌀 배달로, 쌀 배달에서 자동차 수리 공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한 남자가 깡다구를 품고 맨땅에 헤딩으로 어떤 기적을 이루어 낼수 있는지 보여준다. 정주영 회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느레 "이봐, 해봤어?"라는 명대사. 해도 뜨기 전 캄캄한 밤에 자식들을 데리고 본사로 걸어서 출근하는 모습이었다.


 저 두가지 상징적인 장면이 정주영 회장이 평생을 지켜온 가치인 도전정신과 성실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실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1루타, 2루타를 꾸준히 칠줄 알아야 만루홈런의 기적이 찾아온다. 끝없이 도전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끝없이 이어진 정주영의 도전은 기적을 이루어냈다. 허허벌판인 갯벌 사진 한장과 500원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 하나, 그리고 패기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에 조선소를 건설하고 대한민국을 일으켜세운 기적 말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일전에 다니던 회사의 대표님은 미대 교수였다. 중견급 회사에서 디자인 본부장까지 역임한 성공한 세일즈 맨이었으며 미술 분야에서는 최초로 해외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교수로서 재직하였다. 번듯한 본인의 건물을 세웠고, 그 곳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커피와 빵을 팔았다. 본인의 장기인 디자인 역량을 발휘하여 시장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내고 선두 제품으로 발돋움 시켰고 책도 출간했다.


 솔직히 나라면 이쯤 되면 나이가 몇살이든 은퇴해서 인생을 즐길 것 같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출세욕와 명예욕이 있나보다. 위에서 언급한 대표님의 지금 목표는 다이슨과 같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 정체성을 가지고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말이다. 정말 대단하다.


 현대건설이 조선사업부를 발족하고 본격적으로 조선소 건립에 뛰어든 년도는 1970년이었다. 이때 정주영 회장의 나이는 55세였다. 평균 수명도 짧았던 그 시절, 진작에 은퇴하고도 남았을 나이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했던 것이다.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년도는 1974년. 그의 나이 64세였다. 지금 파이어족, 서른에 은퇴하기, YOLO, 코인 같은 자극적인 컨텐츠가 범람하는 현 세태를 보면 뭐라고 하실지 궁금하다. 이 분들에게 일이란 그저 출세나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 그리고 그들의 인생 그 자체였을 것이다.


 지금은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지만 20대 중반~30대 초반까지는 히어로물에 정말 미쳐있었다. 실제로 그 시기에 히어로물이 가장 인기있는 장르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벤져스가 떠올랐다. 경부 고속도로, 조선소 건설 등 어렵지만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하는 미션을 주는 박정희 대통령이 닉 퓨리같이 느껴졌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해내고야 마는 정주영 회장과 그 일가, 그리고 노동자들이 히어로들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영화 아이언맨은 현실의 일론 머스크를 많이 참고하여 제작했다고 한다. 개인의 출세욕이든 국가와 민족을 위함이든, 과거와 현재의 구체적인 목적과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을지언정 역시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업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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