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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Aug 06. 2022

순리자와 역행자

다른건 모르겠고, 많이 읽고 많이 쓰자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릴 일이 있었다. 평소에 가방에 종이책을 한 권 정도는 꼭 들고 다니는데, 하필 오늘은 가지고 나온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오랫만에 밀리의 서재를 켰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밀리의 서재에는 딱히 땡기는 책이 없다. 그래서 뭘 읽을까 하고 한참 들여다보기만 했다. 역행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있었는데, 솔직히 별로 읽기 싫었다. 첫째로 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둘째로 최근에 부자가 된 내 또래 젊은이들이 쓴 "경제적 자유" 운운하는 책을 싫어한다. 열등감 아니냐고? 열등감 맞다.


 솔직히 정말 안 땡겼는데 딱히 읽을 책도 없고 해서 일단 펼쳐들었다. 친구 기다리는 동안 30분 정도 읽어보자. 그리고 그냥 덮어버리자. 어차피 공짜니까. 하면서. 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두시간을 훌쩍 넘어가게 되었고 뜻하지 않게 나는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책 자체가 별로라면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유튜브를 보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보며 시간을 보냈겠지. 하지만 이 책은 재미있었다. 재미있었다는 의미가 뭐냐면, 다른 부자 책들과는 좀 다른 결이 느껴졌다. 일단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문체 자체가 재밌다. 책 중간에 작가가 독자들에게 구체적인 가이드를 주는 부분이 있다. "내가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정말 쉽다. 정말 쉽다. 이것만 하면 바로 부자가 된다. 첫째, 이것을 해라. 둘째, 이것을 해라. 셋째, 이것을 해라. 했냐? 안했지? 그래서 너네들이 부자가 될 수 없는 거다." 뭐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세상에, 부자책에서 이런 도발적인 문구를 쓰는 작가는 처음 봤다. 오기가 생겨서 작가가 하라는 것의 첫번째를 하고 독서를 이어 나갔다. 이 와중에 둘째, 셋째 미션은 안한게 또 킬포이긴 하다.


 작가의 성장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된 사람이든, 나이가 들어 부자가 된 사람이든 그 사람에 대한 서사는 책 초반에 반드시 등장한다. 대부분은 힘들었다, 능력이 없었다, 희망이 없었다... 등의 듣기만해도 눈물나는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너무 비슷한 레퍼토리라 딱히 와닿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과거 암울했던 사진을 전면에 등장시킴으로서 독자들을 확 몰입하게 했다. 아, 이 사람의 암울했던 과거는 과장이 아니라 진실이구나. 뭐 과장이면 어떤가. 시각적인 충격(?)을 제공하는 순간 신뢰도는 이미 많이 올라가는 것을.


 이 책은 작가의 경험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해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딱 하나였다.


책을 읽어라, 글을 써라


 작가는 인생이 암울하고 풀리지 않던 시기에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고 한다. 그때부터 독서에 꽂혀서 두 달간 수백권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 정말 대단하다. 사실, 나는 책을 쥐뿔도 읽지 않으면서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도 중요해. 요즘은 세상이 편해져서 개나소나 책을 출간하거든."과 같은 헛소리나 나불거렸었다. 건방진 태도에 대해서 정말 통렬하게 반성하게 되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내용이 부실하고 평가가 좋지 못한 책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본인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인정받은 누군가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세상에 내놓은 책을 읽지도 않고 비난한단 말인가.


 독서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쌓고 영감을 쌓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차피 뇌는 한정적이라 모든 정보를 한번에 저장하지도 못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필터링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뇌는 간접 경험도 직접 경험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은 내용을 공부 하더라도 유튜브로 정보를 얻을때와, 독서를 하며 정보를 얻을 때 뇌의 활성화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즉, 독서 자체만으로 생각하는 근육이 단련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점을 매우 강조했다. 사실 부자가 되겠다고 이 책을 펼쳐든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뜻밖의 가르침을 얻었다고 볼 수 있겠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써서 무언가를 얻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꾸 뇌를 활성화시키고 논리력을 갖추는 근육을 단련한다. 사실 나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이런 저런 글을 써왔지만 솔직히 글에 대한 동기부여가 약한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역행자의 작가처럼 하루 두 시간을 투자하여 책을 읽고 글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하루 30분 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늘려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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