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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마인드 Nov 03. 2021

진로이즈백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끄집어낸 인사이트

2019년 4월, 진로이즈백은 혜성처럼 나타나 소주 시장을 강타했습니다.

2021년 6월 기준으로 무려 7억 병이 넘게 판매되었다고.....! 후발주자임에도 그 파급력이 상당했습니다. 

대체 어캐했노??? 라는 마음에 그 성공요인을 나름대로 조사해보았습니다.




정확한 트렌드 파악


진로이즈백이 출시될 당시, 대한민국에는 뉴트로 열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이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에 열광했죠. 과거에 유행하던 것들, 혹은 지금은 경험하기 힘든 것들 속에서 그만의 힙(hip)함을 찾아내고, 재가공하여 현대에 맞게 즐기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사진출처: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또한 이 뉴트로 열차에 잘 탑승했습니다. 중장년층에게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었지만, 메인 타깃은 보다 젊은 세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색다른 것에 열광하고, 적극적으로 소비/공유하는 그들에게 파랗고 투명한 소주병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갔습니다. 거기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닌, 꽤나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진로소주가 '돌아왔다'는 개념과 함께였기에 아주 낯설게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초록색 소주병을 공통으로 사용하여 공병 재활용률을 높이자는 업계의 약속을 깨버린 시도라는 말도 있습니다.)



저도주 트렌드


하지만 단순히 옛 소주가 돌아왔다는 메시지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바로 '저도주 트렌드'를 정확히 캐치하고 업계에 신선한 자극 또한 불러온 것인데요.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와 2019년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회식 문화가 많이 순화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도수의 술로, 원하는 만큼 가볍고 깔끔하게 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억지로 독주를 마시고 취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점점 더 순한 소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특정 브랜드 할 것 없이 소주의 도수는 매년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진로이즈백은 쉽게 깨지지 않던 17도의 벽을 부수고, 16.9도라는 파격적인 도수로 출시되었습니다. 이후 처음처럼, 참이슬 등도 16.9도로 도수를 조정하게 됩니다. 이전까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17도 이상의 소주는 방송광고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벽이 깨지면서 상대적으로 이전보다 자유로운 광고 또한 가능해졌죠. 또한, 도수를 낮출수록 주정가가 줄어 제품 제조원가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1082710414215102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2020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


게다가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코로나 이후 홈술, 혼술을 선호하는 사람의 비율이 각각 67.9%, 51% (복수응답)으로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집에서 술을 즐기다 보니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 함께, 음식 혹은 영화와 곁들여서 가볍게 한 잔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더 순하고 깔끔한 소주를 찾게 되었죠. 이러한 트렌드를 잘 파악한 하이트진로는 2021년 4월, 진로이즈백의 도수를 16.5도로 낮췄습니다. 동사 제품 참이슬 후레쉬 또한 8월에 16.5도로 도수를 조정하게 됩니다. 




캐릭터 마케팅


진로이즈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트렌드만 잘 파악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주 커여운 두꺼비를 활용한 캐릭터 마케팅이 아마 가장 큰 성공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의 캐릭터였던 두꺼비를 3D로 재현하여 탄생한 '두껍'. 그의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펼친 공격적인 마케팅은 효과가 굉장했다! 소주 업계 최초로 캐릭터 마케팅을 시도했기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사진출처: 하이트진로


먼저 TVCF를 통해 '돌아왔다, 초깔끔한 맛, 원조' 등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제품과 브랜드의 특성을 귀여운 두꺼비와 어울리는 스토리에 담아 잘 표현했습니다. 또한, 끊임없이 소비자와 소통했습니다. SNS의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참여와 공유를 동시에 이끌어내고, 광고나 굿즈 출시 등의 브랜드 소식을 전달했습니다. 


사진출처: 하이트진로


온라인 소통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진로이즈백은 어른이들의 문방구를 자처하는 굿즈 팝업스토어인 '두껍상회'를 오픈했는데요. 성수를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인천, 강릉, 대전, 창원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마어마한 인파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 가볼걸...ㅠ) 두껍상회에서는 120여종의 진로 굿즈, 콜라보 굿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술은 마시지 않더라도 귀여운 캐릭터에 이끌려 가는 사람들도 꽤나 있을 것 같군요.



이러한 오프라인 스토어는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술과 관련된 굿즈가 아닌,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소주'라는 카테고리의 이미지를 좀 더 가깝고 친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레트로 감성의 인테리어는 방문 욕구를 자극하고 자발적 공유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온라인으로만 굿즈를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진로이즈백 = 젊고 트렌디한 소주'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ideal image)와 소비자가 생각하는 실제 이미지(actual image)가 일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처럼 특이한 공간에서의 브랜드 경험은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좀 더 오랫동안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 컬러가 짙게 녹아들어 있는 인테리어와 귀여운 캐릭터 굿즈를 직접 경험하고 구매한 소비자라면, 그 굿즈를 볼 때마다 진로이즈백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리게 됩니다. 반복적으로 회상됨에 따라 그 기억은 더 이상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의 단계가 아닌 장기 기억(long-term memory)의 단계에 저장되어, 진로이즈백은 쉽게 떠올릴 수 있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됩니다. 술집에서 소주를 주문할 때? 이미 머릿속은 진로이즈백으로 가득할 수 밖에 없겠죠.




브랜드 의인화 (Brand Anthropomorphism)


왼쪽: 의인화된 페이지, 오른쪽: 의인화되지 않은 페이지


이러한 캐릭터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브랜드 의인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Kim, Sung, & Moon (2020)의 연구에서는 페이스북에 'Boosty'라는 가상 음료 브랜드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의인화된 브랜드 페이지, 의인화되지 않은 브랜드 페이지를 각각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의인화된 브랜드 페이지를 본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의 사회적 실재감, 파트너 퀄리티, 구매의사, 관계 유지 의사 등에서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높은 점수를 보고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위와 같은 브랜드에 대한 태도는 브랜드 배반(brand transgression)이 일어났을 때도 어느 정도 유지되었습니다. Boosty라는 브랜드에서 소매업체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켰다는 기사를 보고도, 의인화된 브랜드에 노출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더 높은 신뢰도를 보고했습니다. 



사진 및 결과 출처

: Kim, T., Sung, Y., & Moon, J. H. (2020). Effects of brand anthropomorphism on consumer-brand relationships on social networking site fan pages: The mediating role of social presence. Telematics and Informatics, 51, 101406.


 



대기업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위험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었지만, 하이트진로는 진로이즈백의 뚜렷한 브랜드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과 브랜드의 심리적 유대감이 형성되고, 기존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질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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