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아내와 예술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 하는 것이 있다.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것과 예술교육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올해 여름, 예술교육에 아내와 함께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자기배려:나를 위한 예술(즉흥연극)'이라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 도봉숲속마을에서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에 아내와 함께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강사들이 준비한 주제를 기반으로 하여 모둠(Group) 별로 참여자들이 즉흥연극을 하는 것이었다.참여자들은 준비된 대본 없이 순간순간의 판단으로 연기를 해야 했다.그러기 위해서는 참여자들 간에 협력이 필요했다. 즉, 참여자들이 서로 즉흥적인 제안과 수용을 행함으로써 연극을 완성할 수 있었다.
강사가 '나에게 첫 예술', '과거에 외로웠던 날', '내가 예술할 때 힘이 되는 사진' 등 주제를 제시하면 참여자들이 주제에 적합한 내용을 종이에 그리거나 적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역할극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대본 없는 역할극을 만들어야 했다는 점이었다.
모둠별로 참여자들을 정한 다음에 연극을 준비했다. 그리로 강의실 앞쪽으로 나와서 준비한 연극을 발표했다. 참여자들의 연기는 매우 자유로웠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즉흥연극의 특성상 참여자들은 자신만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나는 초등학생 때 학예회와 청년시절 교회에서 몇 번 연극을 한 적은 있으나 아무런 대본 없이 한 적은 없었다. 그 당시 연극할 때 대본에 맞게 실수 없이 연기해서 관객에게 호평을 받은 적이 있었으나 대사가 생각나지 않아 연기를 망친 적도 있었다.
특히 초등학생 시절 보이스카웃 학예회 때 이승복 어린이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일화를 연극으로 발표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나는 이승복 어린이의 남동생 역할을 했다. 그런데 공연 중 내가 말할 때 관객 쪽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났다. 공연이 끝나고 함께 연극을 같이 한 친구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내 목소리가 작아서 관객들에게 전달이 안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연극 공연에 배우로 참여한다는 것은 내 적성에 맞지 않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 즉흥연극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즉흥연극 교육 프로그램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참여자들이 연기할 때 관객 쪽에서 못한다고 웅성웅성거리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웃음소리가 요란했다.
강사들은 즉흥연극을 하는 데 있어서 참여자들 간의 제안과 수용을 강조했다. 정해진 대본 없이 연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과 참여자들의 연기 동작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연기가 다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서로 수용하여 연기함으로써 연극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즉흥연극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연극할 때 어떤 참여자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더라도 다른 참여자가 잘 이어받아서 행동하면 멋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참여자들의 예상하기 어려운 코믹연기를 통한 웃음 제공은 교육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