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내가 다니던 H대학교의 교직원들과 학우들은 분교를 제2캠퍼스라고 불렀다. 본교가 설립된 후에 대학의 필요에 의해 추가로 설립된 캠퍼스인 분교는 제2캠퍼스라는 말과 함께 혼용하여 사용되었다. 분교를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신이 분교 다닌다는 사실을 남에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우리 학과 학우들도 그랬다.
"미팅 나가서 상대방 여학생이 어느 대학교 다니냐고 물어보면 분교 다닌다는 것도 말해야 하나?"
"뭐 하러 그래? 대학교 이름만 알려주면 되지"
"여학생이 내가 본교 다니는 걸로 오해하지 않을까?"
"본교냐 분교냐 물어보면 그때 말해주면 되지 굳이 먼저 말할 필요는 없잖아"
"그런가?"
"당연하지. 그걸 굳이 말해야 하나. 중요한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말하곤 했다. 학우들은 자신이 본교 다닌다고 말했을 때와 분교 다닌다고 말했을 때의 상대방 반응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러는 듯했다. 마치 서울의 유명대학과 지방대학을 상상할 때 느껴지는 차이라고 할까. 그 정도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남에게 가급적이면 분교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득이하게 말해야 할 상황이라면 제2캠퍼스라고 말하기를 선호했다. 나도 제2캠퍼스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남에게 우리 학교를 제2캠퍼스라고 말하고 싶었다.
"경기도 A시에 있는 제2캠퍼스 다닙니다"
"아. 네. 그러시군요"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기를 바랐다. 제2캠퍼스 대신에 분교라고 말해도 되지만 분교보다 제2캠퍼스가 좋게 느껴졌다.
"제2캠퍼스라면 분교인가요? 아니면 본교인데 캠퍼스가 나누어져 있는 건가요?"
별말 없이 넘어가는 상대방도 있지만 어떤 상대방은 이런 질문을 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본교 캠퍼스가 두 곳에 있는 학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S대학교처럼 말이다. 이원화캠퍼스 중 하나인 S대학교는 본교가 두 곳에 있었다. 문과계열 학과는 서울에 있고 이과계열 학과는 수원에 있었다.
분교와 제2캠퍼스. 나에게는 동일한 캠퍼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남에게 내가 분교가 아니라 제2캠퍼스를 졸업했다고 말하고 싶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분교를 졸업한 다른 학우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