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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분교에 대한 인식

by 선명이와 지덕이

분교에 다니는 학우들은 본교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H대학교 분교에 다니면서 이런 점이 궁금했다. 내가 4년 간 분교에 재학하다 보니 분교생들이 본교에 대해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감정이란 본교와 비교해서 느끼는 열등감이었다. 얼마나 많은 학우들이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지만 우리 학과의 학우들은 가끔 분교생의 처지에 대해 말할 때가 있었다.


"H그룹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 본교와 분교 체크란이 있네"

"대학원도 마찬가지야. K대학원 입학지원서에도 그렇게 되어 있어"


이런 식의 푸념 섞인 말을 했다. 이렇듯 분교생들은 본교생들에 비해 취업이나 진학 시 불리했다. 예를 들면 H전자회사와 같이 학생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은 지원자가 많아서 경쟁률이 높았다. 그래서인지 이 기업의 채용팀은 본교와 분교를 차별하여 채용했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도 본교생들이 많이 채용되었다. 타 대학원 입시도 비슷했다. S대 일반대학원처럼 인기 있는 대학원 입시의 경우에 본교생의 합격률이 높았다. 하지만 분교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다행인 것은 우리 학교 일반대학원에 진학할 때 교수님들이 본교생과 분교생을 구별하지 않고 성적순으로 공정하게 뽑았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일반대학원이 본교에만 있었다.


나도 대학생 때 본교에 대해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러한 감정은 본교에 대해서만 느끼는 것이었다. 타 대학에 대해서는 이러한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분교는 본교에 비해 서자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감정이었다.


교수님들이 H대학교 분교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우리 학과의 경우 본교와 분교에 동일한 학과가 있었다. 교수님들은 본교 소속 교수님들과 분교 소속 교수님들로 나누어져 재직했지만 수업은 양쪽 캠퍼스 학생들에게 동일한 과목으로 가르쳤다.


다수의 교수님들이 분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교수님의 생각은 알 수 있었다. 그 교수님들이 수업시간에 학우들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 대한 그 교수님들의 인식은 차이가 났다. 2학년 때, 우리 학과의 L교수님은 수업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


"너희들의 입학성적이 본교생들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어. 너희들이 열심히 공부하면 얼마든지 본교생들보다 훌륭하게 될 수 있다구"


L교수님은 우리 학과 학우들의 입학성적이 본교생에 비해 낮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도 다른 교수님들도 언급을 하지 않을 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교수님도 있었다. 3학년 때, 경제학과 K교수님이 강의하는 교양과목을 들었다. K교수님은 수업시간에 가끔씩 이런 말을 했다.


"우수한 H대학교 학생들..."


K교수님은 위와 같은 표현을 접두어처럼 붙여서 말할 때가 있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을 정말로 우수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학생들에게 약간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들을 때 기분은 좋았다.


학과들은 대개 본교와 분교 양쪽 캠퍼스에 있으나 한쪽 캠퍼스에만 있는 학과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의대나 사범대는 본교에만 있지만 미대는 분교에만 있었다. 나는 당연히 분교에 다니는 학우들은 본인을 분교생이라고 생각할 줄 알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분교에 다니고 있지만 본인은 본교생이라고 주장하는 학우가 있었다. 이 학우는 전산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전산과는 분교에만 있는 학과였다. 이 학우의 말을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분교에만 있는 학과에 재학 중인 학우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오랜 기간 회사를 다녀보니 출신학교 본교를 졸업했는지 분교를 졸업했는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대학생들에게는 본교 졸업이냐 분교 졸업이냐가 민감한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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