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9화. 분교의 축제

by 선명이와 지덕이

오월은 화창한 날이 많고 여러 행사들을 하기 좋은 달이다. 어린이날, 석가탄신일과 같은 공휴일에 하는 행사뿐만 아니라 결혼식 등 개인적인 행사를 하기에 좋은 달이다. 대학의 경우도 오월에 행사를 하는 학교가 많은데 대표적인 행사가 축제(Festival)이다. 대학교는 대개 4월에 중간고사를 치르고 6월에 기말고사를 치른다. 그래서 시험이 없는 오월은 축제를 하기에 적합한 달이다.


대학교 다닐 학교에서 하는 축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봄축제의 경우 학교에서 하는 큰 규모의 행사로서 열렸다. 축제는 오월 중순의 개교기념일이 다가오면 개최되었는데 이 기간 중에는 학교 분위기가 다소 산만했다. 수업을 하더라도 행사장에서 울러 퍼지는 소리로 인해 수업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축제기간 중에 수업을 휴강하는 과목들이 꽤 있었다.


수업이 휴강된 날은 등교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집에서 지냈다. 학교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A시에 있어서 굳이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다. 대신에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H대학교 본교에 사촌동생과 함께 구경 갔다. 사촌동생은 H대 본교에 다녀서 학교에 아는 학우들이 있었다. 이 학교는 축제기간 중 캠퍼스에 사람들이 많았다. 다른 학교 학우들도 많아 보였다.


나는 낭만적인 학창 시절을 꿈꾸며 학교룰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축제에 대해서 별다른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축제 때 캠퍼스를 다니다 보면 학우들이 학과나 동아리 행사로 주점을 하는 것을 보곤 했다. 그들이 파라솔 아래 의자에 앉아 학우들과 음주를 즐기거나 담소를 나누면서 무언가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더라도,


"선명이 형. 이리 와서 술 한잔 해요"


이런 식으로 나를 아는 학우가 다가와서 권유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곤 했다. 축제 분위기에 도취하고 싶지 않았다. 어릴 적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대학축제에서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모습은 드라마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축제 때 캠퍼스에는 볼만한 행사들이 열렸다. 유명 가수나 밴드 공연, 학교응원단 공연 등은 볼거리로 충분했다. 특히 TV 만화 '어린이 명작동화' 주제가나 가수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같은 노래에 맞추어 학교응원단이 퍼포먼스를 하는 것을 구경할 때는 흥이 절로 났다. 학우들이 직접 참여하는 참여형 행사들도 있었다. 이런 행사들은 사회자가 학우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1992년, 대학 기숙사 생활을 할 때는 축제기간에 기숙사에서 지냈다. 따라서 축제를 제대로 구경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축제를 구경하니 분교의 축제가 본교와 꽤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방문객들의 수에서 확연히 차이가 났다. 두 캠퍼스는 축제기간이 거의 겹쳤는데 분교는 본교와 달리 축제 때 구경하러 온 방문객들이 적었다. 그래서인지 축제 규모가 아담하게 느껴졌다. 신촌과 마포처럼 대학가 밀집지역의 경우는 축제기간 중 교류를 많이 할 수 있지만 지방에 위치한 분교들은 그러지를 못했다. 오월의 대학교 캠퍼스를 생각하면 축제가 생각난다. 요즘의 대학교 축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캠퍼스를 산책하며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8화. 학과 브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