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차이

by 선명이와 지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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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 입장으로 생각하지요"

3D프린터 제조 회사 다닐 때 회사 대표가 직원들에게 종종 했던 말이다. 그는 거래처나 사업 동반 관계로 만난 기관과 사업계획을 추진하다가 이해관계 등의 이유로 진행이 삐끗거리면 입장 차이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회사의 매출을 늘리고 인건비를 충당하려면 정부기관에서 공고하는 R&D(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공고되는 R&D 과제들 중에서 3D프린팅과 관련된 과제가 있는지 검색했다.

관련 과제를 찾으면 회사 내부 회의를 거쳐 사업 신청 여부를 검토했다. 사업을 신청하기로 결정하면 사업과 연관된 대학교, 연구기관, 기업 등에 전화, 이메일, 문자 등을 통해 참여기관들을 섭외했다. 이후 참여기관들과 업무 분장을 하고 각 기관별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취합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업계획이 취소되거나 진행이 잘 안 될 때가 있었다. 참여기관의 대표나 책임자가 입장을 바꿔 불참 의사를 밝히거나 매우 소극적일 때였다. 사업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비전이 보이지 않고 수익 창출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태도를 바꿨다.




IT서비스 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다. IT개발팀에서 일할 때 기술팀과 영업팀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그들은 항상 자기 팀의 입장으로만 말했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매출이 늘고 수익이 창출되어야 했다. 그러려면 사업을 수주하여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것이 필요했다.


우선, 공공기관, 은행 등에서 발주한 사업을 어떻게 하든지 수주하는 것이 필요했다. 사업을 발주한 기관은 제안 내용에 별반 차이가 없다면 최저가 금액으로 입찰한 회사를 낙찰(선정)했다. 기술팀은 나라장터 사이트(https://www.g2b.go.kr) 등을 검색하고 RFP(제안요청서, Request For Proposal) 정보를 입수하여 제안서를 작성했다. 제안 PM 및 팀원을 구성하여 역할 분담을 하고 맡은 부분에 대한 내용과 맞춤법 철자까지 신경 쓰면서 작성했다. 제안 마감일 전날에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작업하기도 했다. 이렇게 완성된 제안서는 파워포인트(ppt) 파일로 신청 사이트에서 제출했다. 영업팀은 동종업계 경쟁회사들의 사업 신청여부와 내용에 대한 정보를 기술팀에 공유하여 주곤 했다.

그렇게 팀들 간의 협력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면 회사의 분위기는 상승했다. 기술팀은 고객사인 발주기관 담당자를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주요 내용을 논의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팀과 영업팀 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기술팀이 영업팀에 대한 불만 내용은 영업팀이 기술적으로 잘 알지 못하고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고객에게 프로젝트 기한 내 구현이 어려운 부분들까지도 해주겠다고 말한다는 점이었다. 반면 영업팀이 기술팀에 대한 불만 내용은 고객에게 기술팀이 기술적 구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것저것 자꾸 안 된다고 말하면 사업을 수주하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수행할 때에도 고객과의 마찰이 잦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직장 내 노사갈등 문제는 어제와 오늘 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용자와 종업원 간에 각각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입장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럴 때마다 한 번씩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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