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by 선명이와 지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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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는 눈앞이 하얘지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다. 머릿속에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말할 때면 더욱 그렇다. 상대방은 내 말을 들으려고 집중하고 있는데 나는 갑자기 하던 말이 뚝 끊어진다.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갑자기 필름이 끊겼는지 생각이 안 나네요"


분위기가 어색해져서 그런지 말을 더듬는다. 상대방이 친하고 잘 아는 사람이면 그래도 별로 어색하지 않게 넘어간다. 하지만 상대방이 초면이거나 잘 모르는 사람일 경우에는 분위기가 좀 어색해진다. 만일 강당처럼 규모가 큰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어색해진다. 이럴 때면 대화 소재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 이어가곤 하지만 기분이 영 찜찜하다.


'나이 탓일까. 말하다가 할 말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지?'


말하는 도중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을 나이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청년시절에도 간혹 이럴 때가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포스트잇이나 메모지에 적어놓은 것을 슬쩍슬쩍 보면서 말할 때는 괜찮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고 갑작스럽게 말할 때는 긴장이 되어서인지 할 말이 생각 안 날 때가 있다.


만약 컴퓨터와 빔프로젝터를 켜고 스크린 앞에서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갑자기 할 말이 생각 안 나더라도 안 나게 넘어갈 수 있다. 이럴 때는 생각이 안 날 때를 대비해 미리 꼼꼼하게 적어놓은 메모를 보면 된다. 사람들은 나의 이런 행동을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볼 것이고 나는 메모를 보면서 할 말을 생각해 낼 짧은 시간을 벌 수 있다.


말하다가 생각이 안 나는 것을 건망증이라고 한다면 모를까 병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지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나는 청년시절부터 말보다 글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설명하는 것을 좋아했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편하다. 사람들에게 말할 때 할 말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으면 당황할 수 있지만 글로 표현할 때는 그럴 염려가 없다. 차분하게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 후 표현하면 된다.


"전화 통화하지 답답하게 뭐 하러 문자 해요?"


글보다 말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의사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말을 사용한다. 예를 들자면 핸드폰으로 전화 거는 것을 들 수 있다. 내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다. 말로 표현할 때의 장점은 글보다 신속하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어투나 표정을 통해 의도도 읽을 수 있다.


인정한다. 나도 소통을 빨리 하려 할 때는 말로 하는 것이 편하다. 카톡이나 문자와 같은 글은 보조도구로 활용할 뿐이다. 그럼에도 내가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말은 한 번 내뱉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말한 내용을 수정하려면 번복해서 다시 말해야 한다. 하지만 글은 한 번 표현하기 위해 몇 번이고 수정할 수 있다.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 후 표현할 수 있다. 쓸 말이 기억나지 않으면 잠시 쉬었다가 써도 된다.


둘째로, 말은 휘발성이 있어 말한 내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히기 쉽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글은 표현하기 전까지 내용을 수정하며 다듬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블로그 같은 나만의 공간에 글을 써서 내 생각들을 차곡차곡 쌓아둘 수 있다. 마치 작품을 만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말은 녹음하여 핸드폰 등에 저장할 수 있으나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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