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평생교육원에서 운영교수로 일하기

by 선명이와 지덕이

온라인 학습으로 대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방송대와 사이버대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들은 등록금이 저렴하고 입학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 학점은행제를 이용하는 것인데 원격평생교육원 사이트에서 온라인 학습을 통해 학점을 취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강의를 듣고 과제물과 시험을 통해 졸업 소요학점을 이수하면 대학교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작년 봄부터 W원격평생교육원에서 운영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원격평생교육원에서 운영교수로 일하고 있다고 하면 궁금해한다.


"운영교수가 뭔가요?"


겸임교수, 연구교수, 초빙교수는 들어봤어도 운영교수라는 직함은 생소한 모양이다. 나도 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생소하게 느껴졌다. 대학교에서는 강의 외에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교수가 있다. 대표적으로 학과장이라는 직함이다. 학과장은 학과의 운영에 책임지는 대학에 근무 중인 교수가 맡는 보직이다. 그런데 운영교수는 대학교에서 말하는 학과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냥 알바 수준이라고 할까. 직함은 교수이지만 하는 일은 대학교의 조교와 비슷하다.


운영교수는 평생교육원에서 맡은 과목을 운영하는 일만 한다. 여기서 운영이라고 하면 수강생들에게 학습을 독려하고 과제물과 토론을 채점하는 것을 말한다. 가끔씩 시험성적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는 수강생에게 답변을 해주기도 한다. 대학교 부설평생교육원 같은 오프라인 평생교육원과 달리 원격평생교육원의 경우에는 운영을 온라인으로만 한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2025년 1기 운영 요청드립니다. 일정 확인하시어 답변 요청드립니다]


원격평생교육원 학사운영팀으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새로운 반인 2025년 1기에 대해 운영을 부탁하는 것이다.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운영 가능 여부에 답하는 것부터 과정 종료 후 수업운영활동보고서를 제출하는 것까지 모든 것은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


[네. 가능해요. 감사합니다]


운영을 할 수 있다고 학사운영팀에 답했다. 지금껏 거절한 적이 없다. 평소에 안정적인 소득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했다. 비록 운영교수 일이 위촉직이라서 알바 수준의 돈을 받지만 말이다. 이 정도의 돈이라도 생활에 도움이 된다.


[학습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5년 1학기 XX과목의 운영을 담당하게 된 이선명이라고 합니다. 이번 강좌 수강하심을 환영합니다...]


수강 시작일이 되면 일주일 내로 학습자들에게 개강인사를 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수강생을 학습자라고 부른다. 나는 빨리 개강인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삼일 내로 했다. 물론 온라인상에서 했다. 개강이 되면 학습자들은 쪽지시험, 중간고사, 과제물 제출, 토론 참여, 기말고사를 순서대로 치른다. 중간중간마다 운영교수는 학습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플랫폼에 올린다.


운영교수는 주 1회, 월 12회 이상을 플랫폼에 접속하여 로그인해야 한다. 원격평생교육원의 운영규정에 따라 계약했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 강의교수는 강의안을 만들고 강의 촬영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쓴다. 하지만 이후에는 촬영했던 강의 영상을 계속 써먹으므로 거의 할 게 없다. 반면에 운영교수는 강의를 하지 않아 강의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플랫폼에 자주 접속하고 과정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W원격평생교육원입니다. 2025년 1기 과제물 제출이 완료되어 채점 요청드립니다. 과제채점 매뉴얼 확인 후 X월 X일까지 채점 완료 부탁드립니다]


학사운영팀이 과제 제출기한이 지나자 위와 같이 문자를 보내었다. 나는 매뉴얼에 적힌 기준을 확인하며 수강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에 대해 점수를 매겼다. 학점은행제로 학점 이수를 하려는 분들 중에는 생업을 병행하거나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채점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점수를 잘 주려고 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2025년 1기 XX과목에 대한 이의신청이 유입되어 방금 전에 교수님 메일로 전달드렸습니다. 확인 후 이번 주 금요일까지 메일 회신 부탁드립니다]


간혹 학사운영팀에서 수강생의 이의신청을 알려주는 카톡 메시지를 보낼 때가 있다. 이런 문자를 처음 받았을 때는 내가 채점을 잘못한 것이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수강생 이의신청들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대한 이의신청들이었다. 이런저런 논리를 대면서 자신이 마킹한 시험 답안이 오답이 아니니 맞게 해 달라는 것이 이의신청 내용들이었다. 주관식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강의 파일, 관련 서적, 인터넷 검색 둥을 통해 수강생의 이의신청 내용이 합리적인지 살펴보았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문제은행 방식으로서 출제되는데 잘못된 문제나 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문제은행이란 난이도, 유형별로 미리 문제를 만들어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문제를 선택하여 시험을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안녕하세요. XX과목 운영교수입니다. 학습자님이 제기한 이의신청 건에 대해 답변드립니다... 중략... 그러므로 학습자님이 이의신청한 내용을 받아주시면 됩니다]


학사운영팀 담당자에게 메일로 회신했다. 정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운영교수가 하므로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론과 함께 논리적 근거를 적어 보냈다. 지금까지 이의신청을 받아준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을 보면 수강생이 이의신청을 할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원격평생교육원이 한 달에 한 번 또는 그 이상의 빈도로 개강반을 모집하고 있다. 운영교수는 대개 여러 반을 동시에 운영한다. 나도 그러하다. 그런데 하는 일이 별로 힘들지는 않다. 과제물 채점할 때만 시간이 걸릴 뿐 나머지 일들은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원격평생교육원의 운영교수를 하니 지금껏 회사만 다녔던 나 같은 사람도 교수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다. 비록 이 직업으로 돈을 별로 벌 수는 없지만 사람 간의 부딪힘 없이 온라인상으로 일할 수 있어서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대부분의 자격증이 장롱자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