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남의 보라카이 7박 8일 여행기(2)

오래 걸린 입국심사

by 선명이와 지덕이

비행기에서 내려 칼리보 공항의 입국심사장으로 가는 사람들은 여름옷을 입고 있었다. 주위를 보니 나만 두꺼운 겨울 잠바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내가 비행기 기내가 추울 수 있으니 필리핀에 도착해서 여름옷으로 갈아입자고 말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와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사람들을 따라 입국심사장으로 걸어갔다. 그곳에 이르자 입국심사를 받으러 서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러 줄이 보였는데, 한 개의 줄은 자국민들이 심사받는 줄로서 필리핀 사람들로 보이는 몇 사람이 서 있었다. 다른 줄들은 외국인들이 심사받는 줄로서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 중 다수는 한국인으로 보였다. 아내와 나는 길게 늘어선 줄의 맨 뒤에 섰다.


"오빠. 사람들이 핸드폰에서 뭔가를 보고 있는데요?"


아내가 말했다. 옆 줄에 서 있는 사람을 보니 핸드폰에서 무언가를 입력하고 있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핸드폰에서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뭐 하는 거지?'


반대편을 쳐다보았다. 벽면에 배너가 세워져 있었다. 심사관에게 여권을 보여주는 것 외에 무언가 해야 하는 것이 있나 궁금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공항 직원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도움을 청했다.핸드폰은 접을 수 있는 '갤럭시 Z폴드 6'라서 글자가 크고 보기에 편한 핸드폰이다. 공항 직원은 벽면에 세워 놓은 배너를 가리키며 읽어보라고 했다.


배너에는 'eTravel'이라는 앱을 핸드폰에 설치한 후 여권 정보, 비행기 편명, 건강 상태 등 입국 관련 정보를 등록하라고 적혀 있었다. QR코드의 링크를 통해 핸드폰에 앱을 설치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노안이라서 돋보기를 쓰지 않고는 핸드폰 화면에 글자 입력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심사가 끝나면서 내 차례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일단 앱에 입국 관련 정보 등록하는 것을 아내에게 맡기고 여권만 가지고 심사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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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을 심사관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심사관이 영어로 질문했다. 영어실력이 없어서 심사관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심사관은 옆에 세워 놓은 배너를 가리켰다. 배너를 보니 심사관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아내는 뒤쪽에서 내 핸드폰에 설치된 앱에 입국 관련 정보를 입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핸드폰에 문제가 있는 모양인지 핸드폰을 나에게 갖다 주지 않고 있었다.


그사이에 비행기에서 함께 내렸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사를 끝내고 입국심사장을 나왔다. 아직 심사를 끝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심사를 못 끝낸 사람이 우리 말고 또 있었다. 신중년 나이로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그녀도 우리와 비슷하게 핸드폰의 앱에 입국 관련 정보를 등록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심사를 끝내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자 심사관들 중 여자 심사관이 아주머니와 나보고 오라고 말했다. 그 심사관은 아주머니에게 핸드폰을 달라고 말했다. 그런 후 그 핸드폰의 앱을 이용해 아주머니의 입국 관련 정보를 등록했다. 그런 후 내 입국 관련 정보도 그 핸드폰의 앱을 이용해 등록하는 것이 아닌가.


"심사관이 왜 내 핸드폰 앱으로 선생님 입국 정보를 등록할까요? 아내분이 뒤쪽에 있는데도요"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내가 멀쩡히 뒤쪽에 있는데 왜 자기 핸드폰으로 내 정보도 등록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심사관의 도움으로 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입국심사장을 나와 수하물로 부쳤던 여행가방을 찾고 아내가 심사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중에 어떤 공항직원이 다가와서 아내가 아직 심사를 마치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결국 기다리는 시간이 삼십 분도 더 기다렸다.


"오빠 스마트폰에 설치한 eTravel 앱에 등록이 안되대요. 스마트폰 화면이 어둡던데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 깔려 있죠?"

"맞아요. 눈을 보호하기 위해 깔았었죠"

"그것 때문인 것 같은데 애를 먹었어요. 다른 남자 직원이 와서 해결해 줬어요. 간신히 입력했네요"


아내가 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투덜거렸다. 아내보다 보라카이 여행에 관심이 적어 여행 준비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행 가기 전에 보라카이 여행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와 함께 칼리보 공항 출입문을 나왔다. 공항 밖에는 종이를 들고 여행객들을 기다리는 필리핀 사람들이 보였다. 아내는 클룩(Klook) 사이트를 통해 보라카이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신청했으니 담당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클룩은 여행지의 투어, 교통, 숙박 등을 예약할 수 있는 글로벌 자유여행 플랫폼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들고 있는 종이에는 찾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들 중에서 한 필리핀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녀는 현지 담당자였다. 그녀는 아내와 대화를 몇 마디 주고받더니 명단이 적힌 종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명단 중에서 아내 이름이 있는 것을 발견하자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XXXX KIM님 명단에 있어요"


그녀는 우리가 늦어 예정보다 늦게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 십분 후에 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 탑승객 중 여러 명 하고 함께 보라카이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카티클란(Caticlan Jetty Port) 선착장으로 이동할 거라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보리카이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해도 상관없었다. 새로운 휴양지에 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