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남의 보라카이 7박 8일 여행기(3)

보라카이에 도착하다

by 선명이와 지덕이

칼리보 공항 근처에는 여러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중에 대형버스와 봉고차도 있었다. 필리핀 현지 담당자는 우리에게 봉고차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아내와 함께 차에 탑승했다. 차에는 운전기사만 앉아 있었다.


"아직 비행기가 도착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남았으니 차에서 내려 근처에 계시다가 2시 50분까지 오셔도 좋아요"


현지 담당자가 말했다. 그녀는 마닐라에서 오는 국내선 비행기가 있는데 아직 칼리보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승객들과 차를 함께 타고 카티클란 선착장으로 갈 것이라는 것이다.


"오빠. 내려서 구경 좀 하다가 올래요?"


아내가 말했다. 아내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 공항 근처에는 음식점이 몇 군데 있었고 편의점이 한 군데 있었다. 하지만 점심식사를 할 만큼의 시간적인 여유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편의점에 가자고 말했다. 편의점 옆에는 목줄 없이 축 늘어져 앉아 있는 개 한 마리가 있었다.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개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개를 무서워한다. 태국 여행을 갔을 때 목줄 없이 어슬렁거리는 개들 때문에 골목길 다니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곳의 개는 더위 탓인지 혀를 헐떡이며 오가는 사람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편의점에는 과자와 음료수들이 많았다. 필리핀산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산 제품들도 있었다. 아내는 과자나 음료수는 몸에 좋지 않으니 생수만 두 개 사자고 말했다. 동남아시아는 수질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아서 생수를 사면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생수값을 지불한 후 편의점을 나왔다.


날씨가 더워서 공항 앞의 그늘막에서 잠깐 동안 서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청명한 하늘이었다. 공항 근처에 있어서인지 비행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멋있다. 그때 근처에 있던 한 노인이 다가왔다. 그는 마른 체격에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필리핀 현지인 같았다.


"타이완? 코리아?"


노인이 물어보았다. 아내는 코리아라고 대답했다. 노인은 우리가 대만 사람 혹은 한국 사람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노인의 질문을 듣고 보니 이곳이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봉고차로 가서 탑승했다. 차에는 맨 뒷자리에 청년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청년들은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였다. 젊은 남녀가 보라카이까지 여행 온 걸로 보아 아주 친한 관계이거나 연인 관계이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서양인 남녀와 동남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차에 탑승했다.



봉고차가 선착장을 향해 출발했다. 번화한 거리와 한적한 거리들이 보였다. 그런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공항에서 우리를 맞이했던 현지 담당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길 옆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담당자가 내렸네요. 선착장에는 다른 담당자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아내가 말했다. 아내는 담당자의 역할이 분담되어 있어서 선착장에 도착하면 새로운 현지 담당자가 우리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이다. 차는 다시 출발했다. 차창 밖의 풍경을 감상했다. 파나이섬의 시골 마을이 보였다. 차는 포장도로를 지날 때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는 훨씬 심했다. 다행인 건 카티클란 선착장으로 가는 도로들은 대체로 포장도로들이었다. 우람하게 솟아 있는 야자수들, 길거리를 자유로이 배회하는 개들, 길가에 서 있는 현지인들, 길거리 주행 중인 삼륜 오토바이들, 한적해 보이는 집들의 모습이 눈앞에서 스쳐 지나갔다.


차는 두 시간을 달렸다. 차가 카티클란 선착장에 도착하자 운전기사는 승객들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말했다. 선착장에는 새로운 담당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가지고 있는 명부에 우리 이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배 타는 장소로 안내했다. 거기서 승선자 명부에 이름, 성별, 나이, 호텔명을 적었다. 배는 이삼십 명이 탑승할 수 있는 중소형 크기의 보트였다. 담당자의 안내대로 아내와 함께 보트를 탔다. 우리는 가방과 캐리어를 보트 앞 쪽의 공간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보트가 보라카이를 향해 출발했다. 보트는 흔들림이 적었다. 날씨가 좋고 파도가 높지 않다는 점과 보트의 양쪽 측면 지지대가 보트의 흔들림을 줄여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후 십오 분 정도를 가니 보라카이의 선착장이 보였다. 드디어 보라카이 선착장에 도착하는 것이다. 선착장의 명칭은 칵반(Cagban Jetty Port) 선착장이다. 선착장은 보라카이섬의 남서쪽 끝에 위치해 있다. 선착장에 가까워오니 햇볕이 누그러져 해 지는 시간이 가까워옴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