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연은 모르는 것 같다. TV 속 프로그램 내용을 보다 보면 봉사하다가 맺어진 사람과의 인연이 미래의 직장이나 직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나와는 관계가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러한 일이 나에게도 있었다.
백수로 지내고 있던 2014년 가을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던 TV 프로그램은 3D프린터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3D프린터로 제조업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연설한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관심을 가지고 시청했다. 이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도중에 국내 3D프린팅 업계에서 유명해 보이는 A교수가 3D프린팅의 비전과 인력양성의 필요성에 대해 인터뷰하는 내용이 나왔다.
관심이 갔다. 그래서 A교수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 회원가입을 하고 카페 내용을 살펴보곤 하였다.
겨울이 되었고 해가 바뀌어 2015년이 되었다. 공지사항 중에 '3D프린터 봉사자 모집'이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띄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A교수가 주물사(모래(沙, Sand)) 3D프린터를 개발하고 있는데 봉사자가 필요해서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 TV 속에서 본 3D프린팅의 세계가 멋있어 보인지라 카페에 댓글로 참여하겠다고 남겼다.
A교수에게 전화했다. A교수는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대학교 연구실로 오라고 했다. 약속 날짜가 다가오자 망설여졌다. 이쪽 분야에 대해 기술적으로 아는 것이 없는데,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되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을지 몰라 약속을 취소하지 않았다.
약속 장소로 찾아가기 전 여러 가지 생각이 났다. A교수는 대학교수인데 3D프린터 개발을 대학원생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되지 굳이 봉사자를 모집하여 도와달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 기계를 다루는 일일 텐데 돕다가 다치면 어떡하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약속한 것이니 약속 장소로 갔다.
그곳에서 A교수와 봉사자들을 알게 되었다. 개발 중인 주물사 3D프린터를 보니 개발 초기라 수작업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국내에서는 주물사나 금속 3D프린터를 개발한 사례가 없는 초창기 시장이었다. 알고 보니 A교수는 연구교수라서 자신만의 연구실(Lab)과 대학원생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반인 봉사자가 필요한 듯 보였다.
그곳에서 성실하게 A교수를 도와주고 있는 어떤 중년 남자 봉사자를 알게 되었는데, 그 봉사자의 기계 만지는 솜씨와 열정은 남달라 보였다. 또한 그와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금속 3D프린터 제조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는 금속 3D프린터 제조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는데, 그가 취업한 후에 나를 자신이 다니는 회사로 추천한 것이었다. 그때 나는 워크넷, 잡코리아 등의 구직활동을 통해 새로운 직장을 얻는 것이 아닌 사람 간의 인연을 통해 취업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