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한 직장에서 15년 동안이나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1990년대 IT분야의 비전을 보고 직장을 선택했지만 사원 시절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적성에 별로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대기업 재직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괜찮은 것 같았고,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다니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내가 처음 다녔던 직장의 업종은 IT서비스업이었다. IT서비스업은 시스템 운영(유지보수)이나 시스템 개발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여기서 시스템이란 전산시스템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이 업종은 실무자로 일하는 기간이 짧은 편으로 보통 40대가 되면 관리자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통 40살이 넘으면 운영팀의 경우 실장이나 팀장, 개발팀의 경우 PM(Project Manager)이나 PL(Project Leader)로 일하였다.
사원이나 대리로 일할 때는 일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약해서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적지만 상사들 비위 맞추고 눈치 보며 때로는 잔심부름도 해야 할 때가 있어 귀찮은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과장이 되니 이러한 애로사항은 없어졌지만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한 부담감이 많아졌다. 관리자로 일하려면 전산실(IT실) 운영이나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툴(Tool)을 어느 정도 사용할 줄 알아야 했다.
이러한 부담감에서 해방되었다고나 할까. 2011년 8월, 퇴사를 하니 매일매일 주 5일 오전 8시 반에서 오후 6시 이후까지 근무해야 하는 삶에서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것 같았다. 특별한 준비 없이 퇴사하더라도 한 달 정도는 편했다.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으로 등산을 하고 둘레길 산책도 자주 갈 수 있었고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친구나 지인들도 만날 수 있으니 좋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마음이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직장에서 급여를 받는 것이 없어져 집안에 수입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점을 걱정하는 지인들은 동종업체의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었다.
"IT개발회사가 싫으면 IT감리회사로 입사지원하는 건 어때요?"
퇴사한 지 얼마 안 되어 만난 후배가 물어봤다. IT감리회사든 IT개발회사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삶을 그만두고 싶어 퇴사를 했는데 골치 아픈 IT분야 회사로 이직하는 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절했다.
'뭐 하고 먹고살지?'
별다른 준비 없이 퇴사한 평범한 직장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드는 생각일 것이다. 사원 시절에 IMF(국가부도사태) 후 회사에서 권고사직 당한 직장 선배가 회사에 놀러 와 이야기한 말이 생각났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 퇴사를 권유받아도 어떻게라도 퇴사하지 마. 의자에 앉은 채 밧줄을 동여매서라도 안 나가겠다고 해"
하지만 이러한 말을 한 직장 선배와 나는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나의 경우는 아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고 식구 숫자도 적다 보니 직장 선배보다는 부담이 훨씬 적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냥 놀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부터 퇴사 후 무엇을 해볼까 종종 생각한 것이 있었다.
'수입도 생기는 아직 경험하지 않은 하고 싶은 것을 해봐야지'
이때부터 나의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도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