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 화초 같은 직장생활"
IMF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기업을 그만둔 선배가 대기업 퇴사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시행착오와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빗대어 한 말 같다. 40대 초반, 15년 동안 다니던 중견기업을 그만두었다. 입사할 당시에는 대기업이었는데 매출이 줄어들면서 중견기업으로 바뀌었다. 직장 동료들 중에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는 나에게 조금 더 다녀보라고 권유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회사의 잦은 야근과 내 능력이 부족한 탓에 더 이상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회사의 업무 특성상 파견근무가 잦았고 지방근무도 많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IT업계, 특히 소프트웨어 업종은 사회에서의 수요가 많기는 하였지만 수요처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직원들은 도태되어 퇴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이런 직원들에 대해서는 팀장들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로 겁을 주곤 하였고, 해당되는 직원들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곤 하였다.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과 같은 고객사에서 발주한 중대형의 개발 프로젝트는 업무 강도가 강하여 처음 프로젝트의 시작 시점에는 정시 퇴근하였지만 프로젝트 종료 마감일이 다가오면 퇴근 시간이 점점 늦어져 직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강하였다.
"Java나 JSP 사용할 줄 알아요?"
2008년, 나에게 맡겨진 회사 일이 없어 본사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팀장은 나에게 전화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 회사의 IT개발자로 대우를 받으려면 Java나 ASP 등 웹이나 모바일 개발 프로그램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줄 알아야 했다. 아니면 C프로그램처럼 기계에 내장되는 프로그램을 코딩할 줄 알아야 했다.
나는 가뜩이나 회사의 매출이 좋지 못해 분위기가 좋지 못한데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다루어 본 적 없는 Java프로그램을 몇 번 다루어 보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IT분야 중 한 부분일 뿐인데, 이 분야도 소프트웨어 개발툴의 종류가 다양하여 개발툴에 대한 비숙련자가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시간 대비 결과물을 제대로 내기 어려워 헤맬 수밖에 없었다.
나는 2007년까지 경기도 이천과 서울의 몇몇 회사에 파견 나가 IT실 운영 업무만 했다. 그런데, 개발팀에 들어가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되니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모르는 게 많아 도움을 요청하느라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3년 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어쩌면 경험했다기보다 견디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했다. 제대로 개발툴을 사용하지 못하면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을 한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테니 말이다.
신기한 것은 나와 같이 능력이 별로 없는 소위 별 볼일 없어 보이는 IT개발자들, 이런 동료직원들 중에서 어떻게든지 회사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아마도 퇴사 후의 사회생활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선배나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간접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도 이런 류의 사람이었다.
2011년 8월. 나는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더 이상 회사에 붙어 있다간 과로로 몸에 병이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나의 주된 퇴사 이유 중의 하나였다. 한가해졌다. 갑자기 바뀐 환경으로 인해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다음 글에서는 퇴사 이후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