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는 우육면 대회까지 있다고?!

그만큼 우육면에 진심

by 조혜미

대만에 가면 요청하지 않아도 현지인들이 데려가 주는 맛집이 있다. 그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우육면 맛집이다.


대만 친구 부모님이 우육면 맛집만 쏙쏙 골라 데려가 주신 덕분에 3일 동안 우육면으로 다섯 끼를 먹은 적이 있다. 물론 다른 메뉴도 같이 먹었지만, 단기간에 소고기를 너무 많이 먹다 보니 이후 한동안 돼지고기를 대신 찾았던 재미있는 기억이 있다. 그만큼 대만에는 맛있는 우육면을 파는 식당이 정말 많다.


'대만 하면 우육면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대만의 대표 요리 중 하나다. 우육면(牛肉麵), 중국어 발음대로 하면 뉴러우몐. 말 그대로 소고기 국수다. 한국에서도 전문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큼지막한 소고기와 쫄깃한 면, 진하게 우러난 국물의 조화로 만들어진 완성작을 먹는 맛이란.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고 끝낸 사람은 드물다. 한국인들만 유독 이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우육면 식당이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되는 등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식이 됐다. 무엇보다 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대중 음식이다. 간혹 건면으로 먹는 경우도 있지만, 뜨끈한 탕에 소고기와 면을 담아 후루룩 먹어야 우육면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우육면은 어떻게 생겨난 음식일까? 그 기원은 다양하다. 우선 중국의 란저우(兰州)라는 지역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다. 서북쪽에 위치한 란저우에 사는 사람들은 회족, 즉 이슬람 문화권의 사람들이기에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소고기로 육수를 낸다. 여기서 맑은 국물(清燉, 청돈, 칭둔)에 국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육수에 산초와 후추를 넣어 국물의 맛을 내서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이를 두고 중국식 우육면이라고도 한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소가 귀중한 노동력이었기에 함부로 잡아먹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하지만 1949년 국공내전 이후 국민당 사람들이 대만으로 이동하며 붉은 국물(紅燒, 홍소, 훙샤오)의 현재 우육면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가오슝의 강산(岡山) 권촌(眷村) 지역에 살던 공군들이 중국 쓰촨(四川)식 두반장을 변형하여 콩으로 강산 두반장을 만들었다. 이 두반장과 간장, 팔각, 계피 등을 통해 육수를 만들고, 당근과 무로 자연스러운 단맛을 더했다. 이를 두고 대만식 우육면이라고도 한다.


또한, 예전에 미국이 대만에 밀가루와 소고기 통조림을 원조했을 때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이때 병사들이 고향의 맛이 나는 우육면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이후 남쪽 지방에서 타이베이로 우육면이 전해져 50년대에 타이베이시 타오위안 거리에 십여 곳의 홍소우육면 식당이 생겨 가장 대표적인 우육면 거리(牛肉麵街)가 되었다.


진짜 현지인 우육면 맛집을 찾고 싶다면, 대만 친구에게 직접 추천을 받거나 구글 및 각종 SNS에서 평점과 리뷰를 찾아보면 된다. 하지만 전자는 아는 친구가 없으면 쉽지 않고, 후자는 돈을 내고 작업한 광고일 수 있으니 위험성이 있다. 제대로 검증된 우육면 맛집을 찾는 비법은 따로 있다. 바로 우육면 대회에서 수상한 식당을 찾아가는 것이다. 대만에서는 2005년부터 매년 타이베이 국제 우육면절(台北國際牛肉麵節)이라는 대회가 열린다. 아래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최신 연도의 수상 식당 리스트를 볼 수 있다.

https://tpebeefnoodle.com.tw/

상단 메뉴 중 獲獎店家(수상 식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크게 식당 요리 부문(鮮食組)과 밀키트 부문(調理包組)으로 나눠져 있다. 각각 붉은 국물과 맑은 국물 금은동 메달을 선정한다. 참고로 식당 요리 부문에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징(創意樂齡) 부문이 따로 있다. 60세 이상의 요리사가 요리하는 식당을 따로 빼서 선정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각 식당의 우육면 사진도 확인할 수 있으니 직접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찾아가면 된다. 전국 곳곳의 식당이 수상했으니 방문한 도시에서 가까운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 시기를 잘 맞추면 수상 기념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식당마다 우육면에 넣는 재료는 천차만별이다. 위에 언급한 기본 재료 말고도 요리사마다 고추, 청경채, 고수, 삶은 계란 등으로 풍미를 살리기도 한다. 소고기 자체도 힘줄, 갈비, 스테이크, 와규 등 다양한 부위를 사용한다. 우육면 투어를 해도 될 정도로. 우육면 한 그릇이야말로 대만의 맛을 제대로 경험하는 길이다. 대만에 간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필수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