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머리가 집반찬이라고?!

이름에 속지 말고 먹어 보기

by 조혜미

해외여행 중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가끔 '이걸 어떻게 먹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음식 이름이 있다. 직역을 해서인지 아니면 진짜 해당 재료를 사용해서인지 그 나라 말을 모르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대만에도 그런 음식이 있다. 바로 대만의 흔한 집반찬 창잉터우(蒼蠅頭)다. 직역하면 '파리 머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음식에는 파리 머리는 물론 파리와 관련된 재료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두시(豆豉)라는 발효 콩 재료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창잉터우에는 마늘종, 두반장으로 양념된 두시, 돼지고기, 고추 등이 들어가는데 새까만 두시가 마치 파리의 머리처럼 생겨서 파리 머리가 됐다.


이름만 보면 경악할 이 음식은 정원창(鄭文強)이라는 분이 개발했다. 정원창 씨는 원래 기자였다. 하지만 언론업계를 떠나 중국 쓰촨(四川) 지역으로 유학을 떠났고, 1988년 대만으로 돌아와 쓰촨 요리 전문 식당을 열었다. 여러 요리를 만들다 보면 재료의 자투리가 남기 마련인데, 그걸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창잉터우가 탄생했다고 한다. 잘게 썬 마늘종과 두시, 다진 돼지고기, 두반장을 한데 넣고 볶아 원래는 직원들 먹으라고 처음 내놓았다. 의외로 굉장히 맛있게 먹는 직원들의 반응에 정원창 씨는 이를 식당 메뉴에 올렸다.


이후 창잉터우가 인기를 끌자, 다른 식당에서도 메뉴판에 창잉터우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메뉴는 쓰촨 전문 식당의 간판 메뉴가 되었다. 때문에 대만 사람들은 이를 쓰촨 음식으로 오해하곤 한다.


창잉터우는 대만 사람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창잉터우 주먹밥, 창잉터우 파스타 등 쌀과 면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식에 녹아들었다. 기본적으로 매콤하고 짭짤한 맛이 나니 상대적으로 담백한 맛이 나는 음식과 잘 어울린다. 구하기 어려운 재료가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집반찬으로서 최고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보기보다 호불호가 갈리는 맛도 아니다. 두반장의 감칠맛과 두시의 깊은 향, 마늘종의 아삭함, 다진 고기의 고소함이 조화를 이뤄 은근히 중독성 있는 매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집반찬은 물론 도시락 반찬, 구내식당 메뉴로도 자주 등장하는 일상적인 음식이 되었다.


창잉터우의 재료는 한국에서도 구하기 어렵지 않다. 두시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재료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다.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요리 초보인 내가 뚝딱뚝딱 만들어서 부모님과 같이 맛있게 나눠먹었을 정도다. 각종 재료들을 손질한 다음 볶기만 하면 되니 맛이 궁금하다면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만의 흔한 가정식 집반찬이 여러분의 식탁 위에도 자주 오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