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육즙까지 맛보면 입안이 사르르
대만 야시장에 가면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길게 늘어선 줄에 나도 모르게 합류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타이중에 있는 펑자 야시장, 혹은 펑지아 야시장에서 그런 경험을 처음 했다. 그날, 나는 특별히 식당에서 식사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여기저기 구경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눈에 밟히는 한 가게가 있었다. 지날 때마다 줄이 점점 길어지는 곳. 간판에는 후자오빙(胡椒餅)이라고 적혀 있었다. 직역하면 후추 전병이지만, 그게 어떤 음식인지 전혀 모르던 나는 오히려 그 정체가 더 궁금해졌다. 가게 안에서는 직원들이 반죽을 바삐 만들고 있었고, 가게 밖에서는 화덕 같은 곳에서 누군가 무언가를 굽고 있었다.
내가 줄을 섰을 땐 막 굽기를 시작한 시점이었는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만큼 기대감도 점점 커져갔다. 마침내 계산을 마치고, 사진을 한 장 남긴 뒤,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 처음엔 무슨 맛인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뜨거워서.
잠시 식히고 나서 다시 한 입 먹어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후추 맛이 아주 강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은은했다. 하지만 고소하고 따뜻한 빵의 풍미, 돼지고기와 파가 어우러진 소의 감칠맛, 겉면에 뿌려진 깨의 고소한 향이 어우러져 묘하게 중독적인 맛이었다. 밀가루 반죽에 돼지고기 소라니, 실패할 수 없는 조합. 무엇보다 갓 구운 빵 특유의 온기와 바삭함이 이 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줬다. 줄을 설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이 후자오빙은 간단하게는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뿌리를 더 깊이 찾아가 보면, 중동까지 닿는다. 중동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발효한 반죽을 화로에 구워 먹는 문화가 있었다. 이 빵은 난(Nan)이라 불렸고, 이는 페르시아어로 빵(نان)이라는 뜻이다. 이 난은 인도와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그리고 중국 지역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고대 항구 도시인 취안저우(泉州)와 푸저우(福州)는 해상 무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이슬람권 무슬림들이 실크로드를 통해 이곳에 정착했고, 그들을 통해 화로 벽에 반죽을 붙여 구워내는 조리 방식이 중국에 전해졌다는 것이 유력한 설이다.
이후 푸저우 출신 사람들이 국민당 정부와 함께 대만으로 건너오면서 이 빵 역시 함께 전해졌다. 다다오청(大稻埕), 완화(萬華), 지룽(基隆) 등지에 정착한 이들은 충러우빙(蔥肉餅)이라 불리는, 후자오빙과 같은 빵을 팔기 시작했다. 다다오청은 부두와 가까워 선박 공급 제철소가 많았고, 이 빵은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든든한 한 끼로 사랑받았다.
대만에서 이 빵이 널리 알려진 건 1980년대부터다. 원래는 푸저우에서 대만으로 전해진 것이라 푸저우빙(福州餅)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푸저우(福州)의 민난어 발음이 후자오(胡椒, 후추)와 유사해지며 후자오빙(胡椒餅)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마침 후추가 들어가니 더 이상할 것도 없었다.
어쩌면 겉모습만 보면 고기만두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후자오빙은 다르다. 화덕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 가득하다. 불 향까지 더해져 오감이 즐거워진다. 대만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후추빵 또 먹고 싶다!”라고 외치는 친구도 있을 정도다. 야시장에 가지 않더라도 후추빵을 파는 곳은 꽤 많다. 대만에 간다면, 줄이 길더라도 망설이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길 바란다. 그 따뜻한 한입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