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사 먹게 되는 따뜻한 빵, 훙더우빙

대만의 국민 간식

by 조혜미

팥과 빵의 조합은 유독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듯하다. 한국만 봐도 단팥빵, 붕어빵, 풀빵, 국화빵 등 팥이 들어간 다양한 빵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팥과 빵의 만남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만에도 훙더우빙(紅豆餅)이 있다. 동그란 모양 덕분에 자동차 바퀴를 뜻하는 처룬(車輪)을 붙여 처룬빙(車輪餅)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름처럼 단순한 외형에 충실한 간식으로, 기본은 오직 팥 소만 들어간다. 물론 요즘은 슈크림을 넣은 버전도 있지만, 기본은 단연 팥이다.


내가 훙더우빙을 처음 알게 된 건 친구 가족 덕분이었다. 우육면을 먹은 뒤 디저트로 이 빵을 사주셨는데, 미리 만들어 식어버린 것이 아니라, 방금 팬에서 꺼낸 따끈한 훙더우빙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과 팥의 조화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 가능한 맛이다. 하지만 '아는 맛'이야말로 더 끌리는 법 아닌가. 대만의 훙더우빙은 한국의 붕어빵처럼 길거리 가판에서 바로 만들어 파는 풍경이 익숙하다. 팬에 반죽을 붓고 팥을 얹은 뒤 다시 반죽을 덮어 구워낸다. 규모가 큰 전문점에서는 손님이 많아 번호표를 나눠주기도 한다.


이런 훙더우빙의 뿌리는 일본의 전통 디저트인 이마가와야키(今川焼)에 있다. 팥 소를 감싼 둥근 빵으로, 이름은 에도 시대 중기 이마가와바시(今川橋) 근처에서 처음 판매되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초기의 이마가와야키는 밀가루, 계란, 설탕으로 만든 반죽에 팥이나 강낭콩 소를 넣어 만들었다. 일본은 원래 팥을 즐기는 문화가 있었다.


이 디저트는 일본인들이 대만에 이주하면서 대만 땅에도 자리 잡게 되었다. 다만 당시 대만에서는 팥이 재배되지 않아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다 1960년대 즈음 핑둥시(屏東市)시 완단향(萬丹鄉)에서 팥 재배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평지에서의 재배로 생산량이 급격히 늘었고, 덩달아 가격도 내려갔다. 덕분에 일본에서만 즐기던 이마가와야키는, 대만에서 훙더우빙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퍼져 길거리 간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전통적인 훙더우빙에는 팥이 들어가고, 슈크림이 추가 옵션으로 자주 보인다. 요즘은 무채(蘿蔔絲, 뤄보쓰), 짭짤한 노른자(鹹蛋黃, 셴단황), 치즈케이크(乳酪蛋糕, 루라오단가오), 심지어 떡볶이(辣炒年糕, 라차오녠가오) 같은 색다른 소도 등장했다고 한다. 이는 기본이 팥과 슈크림인 붕어빵에 피자, 김치, 초코 등 다양한 변형이 생긴 한국의 모습과 유사하다.


훙더우빙은 붕어빵보다 반죽이 좀 더 두껍고 식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바삭한 맛은 덜하지만, 반죽이 두툼한 만큼 팥이나 슈크림 소가 좀 더 넉넉하게 들어간 느낌이다. 차이는 있지만, 달콤한 속이 든 따끈한 빵을 좋아한다면 대만에서 훙더우빙을 꼭 한 번 맛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