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아끼려다 탄생한 지역 대표 음식이 있다?!

익숙한 재료들의 낯선 조합

by 조혜미

요리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요리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남는 식재료가 꽤 많다. 먹자니 애매하고, 버리자니 아까워 매번 골치를 썩이게 된다. 아마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요리는 전 세계에 수없이 많을 것이다. 대만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로 유명한 타이베이 단수이(淡水) 지역에서 탄생한 ‘아게이(阿給)’가 바로 그런 음식이다.


아게이는 속을 파낸 유부에 녹두당면인 둥펀(冬粉)을 채워 넣고, 그 위를 반죽 형태의 어묵으로 덮어 찐 뒤 소스를 부어 먹는 요리다. 참고로 ‘아게이’라는 이름은 유부를 뜻하는 일본어 油揚げ(あぶらあげ, abura-age)의 대만식 발음 ‘아부라아게이(阿布拉阿給)’에서 따왔다. 주재료가 유부이니 꽤 직관적인 이름이다.


앞서 언급했듯, 아게이는 식재료 처리의 어려움에서 시작됐다. 1965년, 양수건(楊樹根)·양정진원(楊鄭錦文) 부부는 단수이에서 볶음밥과 볶음면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매번 남는 식재료가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양정진원 여사가 일본 유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아게이를 처음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후 아게이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단수이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쫄깃한 둥펀, 부드러운 유부, 그리고 어묵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식감을 선사하며, 여기에 새콤달콤한 소스가 더해져 한 번 맛보면 잊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유부에 보통 밥을 넣어 먹는데 당면을 넣어 먹어도 생각보다 식감이 괜찮다. 현재는 부부의 딸인 양후이주(楊惠珠) 사장이 가게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아게이 요리법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과연 원조의 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원조 가게만의 비법이 있다고 하니, 단수이에 간다면 꼭 들러서 직접 맛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