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아님 주의
대만에서 처음 먹어 본 음식 중 상상과 가장 다른 맛을 느꼈던 음식을 꼽자면, 나는 단연 러우쑹(肉鬆)을 들고 싶다. ‘로우쏭’이라고도 불리는 이 음식은 고기를 푹 삶은 뒤 수분을 제거하고 가루 형태로 가공한 것이다. 처음 봤을 때 내 눈에는 황토색 먼지더미처럼 보여서 ‘그저 텁텁한 음식이겠지’ 싶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짭짤하면서도 먹을 만했고, 입안에 달라붙는 독특한 질감에 ‘이게 대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러우쑹은 대만뿐 아니라 홍콩,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대만 고유의 음식이라고 보긴 어렵다. 가장 일반적인 재료는 돼지고기지만, 소고기, 닭고기, 생선 등으로 만든 러우쑹도 존재한다. 이 음식은 그 자체로 먹기도 하고, 케이크나 빵, 죽 등에 올리는 토핑으로도 자주 사용된다.
러우쑹의 유래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첫 번째는 1856년 중국 복주(福州)의 염운사(鹽運使) 유보계(劉步溪)의 요리사였던 임정정(林鼎鼎)이 실수로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다. 어느 날 그는 돼지고기를 지나치게 오래 삶은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넣고 볶아 고기채처럼 분말 형태로 만든 뒤 손님상에 올렸다. 뜻밖에도 손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이후 귀한 손님이 오면 꼭 이 요리를 대접했다고 한다. 그 뒤 임정정은 관청 요리사 일을 그만두고 광록방(光祿坊)에 ‘일정유(日鼎有)’라는 이름의 가게를 열어, ‘육융(肉絨)’이라는 이름으로 이 음식을 판매해 큰 인기를 얻었다. 복주의 관리들 중에는 이 요리를 진상품이나 선물로 가져가기도 하면서, 러우쑹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두 번째 설은 1874년 요리사 이덕(倪德)이 한 잔치 자리에서 러우쑹을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당시 태창(太倉)에서 과거에 급제한 장원이던 육증상(陸增祥)이 문인과 관료들을 초청해 잔치를 열었고, 이덕은 이 자리의 요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대표 요리인 '오향문육(五香燜肉)'을 너무 오래 익히는 바람에 국물이 졸고 살코기와 비계가 분리되어 고기 덩어리가 뭉개져버렸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그는 고기의 껍질, 힘줄, 기름을 제거하고 살코기만을 남겨 반복해 볶아냈다. 그러자 털이 복슬복슬하고 포슬포슬한 새로운 요리가 탄생했고, 손님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고 한다. 이후 이 요리는 태창의 명물이 되었다.
두 가지 설 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러우쑹이 실수에서 비롯된 음식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게 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러우쑹은 한국인 입맛에는 다소 낯설 수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처음부터 양이 많은 러우쑹 요리를 시도하기보다는, 소량부터 맛을 보며 입맛에 맞을 경우 천천히 양을 늘려가는 방식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