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을 쌀이 아닌 무로 만든다고?!

식감은 생각보다 낯설지 않답니다

by 조혜미

역사적 이유로 인해 대만으로 이주한 중국인이 많아, 때때로 중국 음식과 대만 음식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만에서 워낙 자주 먹다 보니, 마치 대만에서 만들어진 음식처럼 여겨지는 요리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무떡, '뤄보가오(蘿蔔糕)'다. 흔히 떡은 쌀로 만든다고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중국에서 시작된 이 요리는 쌀이 아닌 무로 떡을 만든다.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무는 겨울 작물이라 여름에는 쉽게 먹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품종 개량이 이루어지면서, 대만에서는 사시사철 무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떡을 의미하는 '가오(糕)'는 '높다'는 뜻의 '가오(高)'와 발음이 같아 ‘뤄보가오’는 매년 높이 올라간다, 즉 해마다 발전한다는 뜻을 담게 되었다. 한편 무를 뜻하는 '뤄보(蘿蔔)'는 '차이터우(菜頭)'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행운’을 의미하는 '차이터우(彩頭)'와 발음이 같아 길한 의미로 여겨졌다. 그래서 뤄보가오는 '차이터우궈(菜頭粿)'라고도 불리며, 대만에서는 무를 길한 채소로 여겨 설날에 이 떡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다. 맛도 좋고 의미도 좋으니, 새해에 먹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음식인 셈이다.


앞서 언급했듯 뤄보가오는 본래 중국 음식이지만, 대만식 뤄보가오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하얀 무를 채 썰고, 대만의 전통 쌀 품종인 짜이라이미(在來米)를 갈아 만든 쌀우유나 그 가루를 물과 섞어 반죽을 만든다. 이 반죽을 틀에 넣고 푹 찐 뒤 사각형으로 잘라내면, 탄탄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대만식 뤄보가오가 완성된다.


뤄보가오는 중국 내 지역마다 먹는 방식이 다르다. 광둥 지역에서는 케첩 마니스와 고추장을 곁들이고, 푸젠에서는 간장과 다진 마늘을 함께 낸다. 쓰촨에서는 고추기름과 깨소스를, 장쑤에서는 식초와 설탕을 사용한다. 홍콩식 뤄보가오도 따로 있는데, 새우, 버섯, 샬롯 튀김, 다진 돼지고기, 채 썬 관자, 라창(중국식 소시지) 등을 넣고 볶아 향을 낸 후 무와 쌀우유를 함께 쪄서 만든다. 이 외에도 튀기거나, 야자수 밀크, XO장, 설탕물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조리법이 존재한다.


뤄보가오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고대 무전, 남송 시대의 뭇국, 청나라의 무볶음밥, 민국 시기의 무채전이 발전하여 생겼다는 주장 등이 있다. 또 827~836년 무렵 무를 재배해 공물로 바친 기록도 있다. 당시 무는 '라이푸(萊菔)'라 불렸는데, 이는 ‘복이 온다’는 뜻의 라이푸(來福)와 발음이 같아 예로부터 무가 길한 작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뤄보가오는 8년에 걸친 항일전쟁 중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당시 중국인들은 일본인에 대한 적대감을 담아 일본인을 ‘무 머리’라는 뜻의 '뤄보터우(蘿蔔頭'*라 불렀는데, 이는 일본 무사의 머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분노와 한을 담아 무를 자르고, 갈고, 지지고, 튀기며 만든 음식이 바로 뤄보가오였다는 것이다.


과거 농업 시대에는 조리 과정이 복잡해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야 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보다 간편한 레시피가 개발되고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명절이 아니어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같은 문화권 안에서는 유사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마련이다. 지역별로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뤄보가오를 먹어 보며 각 지역의 특색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