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치킨이 있다면, 대만에는 옌수지가 있다
대만 닭고기라고 하면 보통 한국인들에게는 지파이(雞排)가 유명하다. 정작 대만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2017년이라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대만 여행 사이트 역유망(易遊網, ezTravel)에서 진행한 최강 대만 야시장 간식 투표에서 수많은 간식을 물리치고 옌수지가 1등을 차지했다.
옌수지(鹽酥雞) 혹은 셴수지(鹹酥雞)라고 불리는 이 닭튀김은 대만식 치킨이라고 할 수 있다. 지파이는 닭가슴살이나 닭다리살을 넓적하게 튀긴 것이라 한국에서 말하는 치킨이랑은 살짝 차이가 있다. 옌수지의 비주얼은 언뜻 보면 한국의 순살 후라이드 치킨과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한국에서는 치킨을 채소와 같이 잘 먹지 않는데 대만에서는 바질과 같이 먹는다. 요즘에는 옌수지를 다른 튀김과 같이 먹는다고도 한다.
옌수지는 2022년 '뉴욕 타임즈'에도 소개가 될 정도로 미국에서 인기 있는 대만 음식이다. 미국에서는 그 나라에 맞게 햄버거처럼 옌수지를 빵 사이에 넣어 먹는다고도 한다.
이러한 옌수지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지는 않았다. 1970년대에 옌수지가 처음 만들어졌으나, 대만 북부 사람과 남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첫 옌수지의 탄생은 다르다. 우선 북부에서는 1975년 타이베이 시먼딩(西門町)에서 타이완디이자(台灣第一家)를 운영하던 천팅즈(陳廷智)라는 분의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1970년대에는 대만에 닭고기가 굉장히 많았다. 육류를 팔던 천팅즈 사장님은 특히 닭가슴살이 잘 팔리지 않아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조미료로 닭고기를 절인 후 기름에 튀긴 다음 자신만의 특별 조미료를 뿌려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이것이 큰 인기를 끌어 가맹비를 받지 않는 대신 본인이 가르쳐 준 방식대로 본인이 만든 조미료를 사서 쓰는 조건으로 가맹점이 급속도로 늘었다고 한다.
남부 사람들은 1979년에 옌수지가 탄생했다고 한다. 타이난의 '유아이셴수지(友愛鹹酥雞)'는 예중이(葉仲義), 천진슈(陳錦秀) 부부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당시 크기가 큰 미국식 치킨이 유행했는데 이는 손으로 잘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불편한 방식이라 여긴 사장님 부부는 닭고기를 작게 잘라 대나무 꼬챙이로 찍어 먹는 형식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닭고기 튀김을 '鹽酥(옌수, 소금으로 간을 해 튀기다)'라고 말하며 요리를 해 옌수지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2021년부터 가오슝에서는 매년 '가오슝 짭쪼름한 튀김치킨 카니발(高雄鹹酥雞&國際炸物嘉年華)'이 열린다. 참고로 가오슝 관광 여행 웹사이트에서 ChatGPT로 번역된 기사에 쓰인 한국어인데 '가오슝 셴수지&국제 튀김 카니발'이라고 직역을 해도 될 듯하다. 영어로는 'Taiwanese Popcorn Chicken & International Fried Food Carnival in Kaohsiung'이라고 한다. 이 카니발은 다위안 백화점(大遠百)이 주최한 행사로, 대만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튀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2024년에는 이틀 동안 10만 명의 글로벌 관광객이 찾아와 카니발을 즐겼다고도 한다. 심사를 통해 분야에 맞는 튀김 업체에 상을 수여하는 시상식도 진행됐고, 관광객을 위한 각종 행사도 진행됐다고 한다. 야외에서 바로 튀긴 옌수지와 카니발의 흥을 즐기고 싶다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흔히 튀김 요리는 뭘 튀겨도 맛있다고들 한다. 한국인은 치킨 강국의 국민인 만큼 닭튀김에 익숙하기 때문에 대만의 옌수지를 시도할 진입장벽이 낮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만인에게 옌수지는 소울 푸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고 맛있는 음식이니 옌수지 전문점이나 야시장에서 꼭 한 번 맛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