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현지화
그동안 살펴본 대만 음식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먼 나라, 미국의 영향을 받은 음식도 있다. 바로 대만식 샌드위치다. ‘타이스 싼밍즈(台式三明治)’ 혹은 ‘쭝후이 싼밍즈(總匯三明治)’라고 불리는데, 여기서 싼밍즈(三明治)가 중국어로 ‘샌드위치’를 뜻한다. 참고로 쭝후이 싼밍즈는 한국에서도 익숙한 ‘클럽 샌드위치’를 가리킨다.
그런데 미국 음식인 클럽 샌드위치가 어떻게 대만식 샌드위치의 이름이 되었을까? 여기에는 대만 주둔 미군이 깊이 관련돼 있다. 원래 미국에는 베이컨, 양상추, 토마토를 넣은 B.L.T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뉴욕의 한 나이트클럽 요리사가 닭가슴살을 추가해 ‘클럽 샌드위치’를 처음 만들었다.
20세기 초 상하이에서는 나이트클럽을 ‘예쭝후이(夜總會)’라고 불렀고, 클럽 샌드위치도 쭝후이 싼밍즈(總會三明治)로 번역됐다. 1960년대 대만이 일제강점기를 거친 뒤 미군이 주둔하게 되자, 미군 클럽에서 일하던 대만인들은 클럽 샌드위치를 비롯한 다양한 서양 음식을 배우게 됐다. 미군이 떠난 후 이들은 햄, 러우쑹, 계란프라이, 돼지고기 스테이크 등 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더해 쭝후이 싼밍즈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다만 쭝후이(總會)라는 글자에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탓에 1980년대 들어 쭝후이(總匯)라는 한자로 바뀌었다. 그 이후 쭝후이 싼밍즈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도 대만인의 아침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
겉보기에 쭝후이 싼밍즈는 평범한 샌드위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만 근현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이다. 각양각색의 식재료가 들어간 이 샌드위치를 맛보며 대만의 역사를 떠올려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