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버전 찜닭이 있다?!

맛도 비슷할까?

by 조혜미

처음 봤을 때 찜닭인가 싶은 요리가 있었다. 바로 싼베이지(三杯雞)다. 닭다리나 닭가슴살에 마늘, 생강, 간장, 참기름, 바질, 고추 등을 넣어 만드는 요리인데, 맛은 한국 찜닭과 같지 않지만, 느낌만큼은 대만식 찜닭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싼베이지’라는 이름을 직역하면 ‘닭 세 잔’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에는 몇 가지 유래가 전해진다.


첫 번째는 중국 남송(南宋) 말기, 강서(江西)성의 한 옥졸이 미주(米酒) 세 잔으로 닭고기를 조리해 당시 저명한 정치가이자 문학가였던 문천상(文天祥)에게 대접했다는 이야기다. 문천상은 민족 영웅이었지만 원나라 군에 잡혀 옥살이를 하게 되었고, 그를 좋아하던 옥졸이 한정된 재료로 닭 요리를 만들어 위로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 요리가 대만으로 전해지며 바질 같은 식재료가 더해져 지금의 싼베이지가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두 번째는 대만 초기 농촌의 절약 정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당시 닭고기는 귀한 식재료였는데, 간장, 미주, 참기름을 각각 한 잔씩 넣어 조리하면 음식의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조미료 세 가지가 들어간다고 해서 닭 세 잔이라는 뜻의 싼베이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싼베이지가 참기름 닭 요리인 마유지(麻油雞)에서 개량됐다는 설이다. 마유지에는 미주가 많이 들어가 임산부 등이 먹기 어려웠는데, 미주의 함량을 줄인 요리법이 싼베이지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특히 1970년대 야생 닭 전문 식당인 투지청(土雞城)의 인기로 대만 전역에 퍼지며 오늘날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설이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강서성에서 시작된 요리가 대만 커자족(客家族)의 개량을 거쳐 지금의 싼베이지로 자리 잡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요즘에는 싼베이지에 필요한 재료들이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요리법도 복잡하지 않아 설탕을 약간 추가해 조리하면 현지에 가지 않고도 충분히 대만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름도 독특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역사를 품은 음식이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