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이 들어가지 않은 꿀 케이크가 있다?!

이건 마치 붕어 없는 붕어빵

by 조혜미

유난히 유행을 타는 음식들이 있다. 한때는 인기를 끌며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인기가 사그라지면 금세 사라져 버리는 그런 음식 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 봤을 법한 음식이 된다. 대만 대왕 카스텔라도 그중 하나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한국 곳곳에서 이 케이크를 파는 가게를 찾을 수 있다.


대만 대왕 카스텔라는 ‘옛맛 꿀 케이크’라는 뜻의 구짜오웨이 펑미 단가오(古早味蜂蜜蛋糕) 혹은 ‘나가사키 케이크’라는 뜻의 창치 단가오(長崎蛋糕)라고도 불린다. 16세기 포르투갈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전해진 카스테라가 그 원형이기 때문이다.


당시 포르투갈 전도사들은 천주교를 전하기 위해 팡 드 로(Pão de Ló)라는 포르투갈식 스펀지케이크를 비롯해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을 규슈로 가져갔다. 규슈의 최대 무역항 중 하나였던 나가사키에서 일본 제빵사들이 이를 ‘나가사키 케이크’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이후 대만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만에도 이 케이크가 전해졌다.


이 케이크는 계란, 밀가루, 설탕 혹은 맥아당으로 만들어졌으며, 처음에는 꿀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대만에 유입된 뒤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 덕분에 사람들은 케이크에 꿀이 들어갔다고 오해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꿀 케이크’라는 뜻의 펑미 단가오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지 입맛에 맞춰 실제로 꿀을 넣거나 참깨 같은 재료를 더해 만드는 가게도 생겼다.


대만에서 현지화 과정을 거친 카스텔라는 오히려 일본의 나가사키 케이크보다 더 부드럽고 촉촉해져 역으로 일본에 수출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버블티 등 대만 먹거리가 인기를 끌던 시기에 대만 대왕 카스텔라도 함께 유행했다. 참고로 이 케이크는 당도, 습도, 식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만든 지 3일에서 5일 사이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부드럽고 퐁신한 식감을 즐기고 싶다면 오랜만에 한 조각 맛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