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 유래가 유난히 많은 게 포인트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팜유 멤버(전현무, 박나래, 이장우)들이 대만 타이중에 가서 갑자기 타이중이 핫해진 적이 있었다. 그때 이장우가 전현무와 박나래를 데리고 갔던 식당 중 한 곳에서 맛있게 먹었던 메뉴인 이몐(意麵)을 나도 먹어 봤다. 어쩌다 보니 타이중에 가게 됐는데 간 김에 그 세 명이 갔던 이몐 식당에 갔다.
방송 이후 한국인들이 꽤 많이 방문했는지 식당에 들어서자 나의 손에는 한국어 메뉴판이 올려졌다. 아, 나는 필요 없는데. 사람이 별로 없는 평일 낮에 방문했는데 내 행색이 너무나도 한국인 여행자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며 이몐을 주문했다.
어리석게도 意麵이라는 글자를 보고 이탈리아 파스타와 관련이 있는 줄 알았다. 실제로 대만에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意麵을 보면 이탈리아 파스타(意大利面)을 줄여 쓴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意가 '의미' 아니면 '이탈리아'를 뜻할 때 주로 쓰이는 글자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랑 관련이 있는 면요리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전혀 관련이 없다. 생김새부터가 흔히 아는 파스타와 다르다. 대만에서 이탈리아 파스타를 먹으려면 발음은 같지만 글자가 다른 이몐(義麵) 혹은 이따리몐(義大利麵)을 찾는 게 안전하다.
이 이몐은 타이난시 옌수이(鹽水) 지역에서 탄생했다. 따라서 옌수이이몐(鹽水意麵)이라 불리기도 한다. 1923년, 중국 푸저우(福州) 출신의 황중량(黃忠亮)이라는 사람이 처음 판매를 시작했다. 16세에 대만으로 건너와 옌수이에 정착하여 푸저우에서 배운 국수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이몐은 푸저우이몐(福州意麵)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정작 푸저우에는 이몐이 없다. 이몐은 대만 특유의 음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몐은 왜 이몐일까? 명칭에 관한 설이 다양하다. 첫 번째는 반죽 소리 때문이라는 설이다. 반죽할 때 힘을 주느라 '이(噫)!' 소리가 난다고 리몐(力麵)이라고 불렸다가 발음이 변해 이몐이 됐다는 설이다. 이는 지역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등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이다. 두 번째 설은 이몐을 반죽할 때 계란을 많이 넣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계란 때문에 반죽이 노란색이 진하고 윤기가 흘러 옥여의(玉如意)를 닮아 붙여졌다고도 한다. 세 번째 설은 이몐(伊麵) 설이다. 청나라 시절 이병수(伊秉綬) 가문에서 만들었으며 중국 5대 명면 중 하나인 이푸몐(伊府麵)이 대만에 전해지며 이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푸몐은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도 이몐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대만으로 전해지며 이몐으로 바뀌었다는 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조법과 식감 또한 다르기 때문에 주목받는 설은 아니다. 이푸몐은 달걀을 넣어 튀겨서 만든 국수다. 네 번째 설은 대만어 유몐(幼麵, 가는 국수)에서 변음되어 이몐이 됐다는 설이다. 이는 음운 변화에 따른 해석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몐은 기본적으로 끓인 면을 사용한다. 하지만 타이난 지역의 궈샤오이몐(鍋燒意麵)과 산위이몐(鱔魚意麵)은 튀긴 면을 사용해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산위(鱔魚)는 장어를 말한다. 튀긴 면으로 이몐을 만든 이유는 반죽에 계란이 많이 들어가 긴 시간 동안 햇빛을 쐬면 국수가 썩기 쉬워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초기에는 이몐을 만들 때 오리알을 많이 썼지만, 보관이 어려워 계란을 많이 쓰게 됐다고 한다.
내가 갔던 타이중 식당 이외에도 맛있는 이몐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많다. 방문한 지역에서 이몐 식당이 보이면 들어가서 한번 맛보는 걸 추천한다. 적당히 쫀득하고 촉촉한 면발에 계란이 많이 들어가 단백질까지 알차게 섭취할 수 있으니 후회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