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문화까지 덤으로 알 수 있는 대만 전통주

중국 IT 회사랑 무관함

by 조혜미

사람이 사는 곳 중 술이 없는 곳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라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새로운 술을 마실 기회가 있다면 거절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그 술이 현지에서 유명한 술이라면 더더욱. 대만 화롄(花蓮)에는 원주민의 전통 술인 샤오미주(小米酒)가 존재한다. 이는 한해살이풀 조를 의미하는 샤오미(小米)를 중심으로 한 농업·신앙·의례 문화 전체와 깊이 연결된 발효주로, 대만 원주민 사회의 핵심 상징 가운데 하나이다. 야메이족(雅美族), 타이야족(泰雅族), 파이완족(排灣族), 부눙족(布農族) 등 여러 부족에서 풍년제·수확제·전쟁 승전·집 짓기·성인식·결혼식·화해 의례 등 중요한 순간에만 양조·헌주되었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술이 아니라 조상·천지신에 드리는 제물이자 공동체 구성원만이 나눌 수 있는 귀한 음료로 여겨졌다.


대만 원주민들은 샤오미 재배를 약 4,700~5,000년 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원주민들은 샤오미를 주식으로 삼았으며, 점차 독특한 양조 기술을 발전시켰다. 청나라 시대 문헌인 <제라현지(諸羅縣志)>와 <대해사사록(臺海使槎錄)>에 '원주민 여성이 샤오미를 씹어 뱉어 누룩을 만들고 물을 부어 술을 빚었다'라는 기록이 있으며, 이를 구다이주(姑待酒)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것이 초기 샤오미주였으며, 오늘날에는 위생 문제로 해당 양조법의 사용이 중단되었다.


샤오미주는 각 부족별로 정교한 규범과 상징체계를 갖고 있다. 부눙족은 개간·파종·김매기·새 쫓기·추수·창고에 들이는 전 과정마다 서로 다른 제의를 치르며, 수확 후에는 반드시 샤오미주를 빚어 하늘과 땅, 조상신에게 제물로 바친다. 야메이족은 풍년제에서 어른들이 손가락으로 샤오미주를 찍어 땅에 세 번 뿌린 뒤 모두가 나누어 마시는데, 과거에는 부락에 공헌한 사람들만이 마실 자격이 있다는 규범도 있었다. 파이완족과 루카이족(魯凱族)은 술 빚기를 여성의 중요한 책무로 여기고, 양조 전에는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는 정결 의례를 치르며, 두 사람이 함께 마시는 연배(連杯) 술잔을 사용해 우정·혼인·동맹을 확인하는 전통도 유지한다. 대부분의 부족에서 술잔을 입에 대기 전 세 번 술을 튀겨 뿌리는 점주례(沾酒禮)를 행하는데, 이는 먼저 신과 조상에게 술을 올린 뒤 인간이 나누어 마신다는 뜻이다.


일제강점기 등 주류 전매 제도가 시행될 시기에는 원주민 사회의 자가 양조가 금지되어 샤오미주 문화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원주민 운동과 문화 부흥, 2002년 WTO 가입 이후 주류 시장 개방 등을 계기로 각 부족·부락에서 전통 곡물 제작·샤오미 재배·샤오미주 양조를 다시 복원하고 전승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젊은 세대가 과학적 온도와 위생 관리를 전통 지식과 결합해, 국내외 주류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는 샤오미주도 나오고 있다.


샤오미, 물, 곡물만으로 만든 전통 샤오미주는 보통 도수가 6% 내외로 높지 않다. 오히려 곡물 특유의 단맛과 은은한 산미가 나는 가벼운 발효주에 가깝다. 오늘날에는 꿀, 과일, 허브를 추가해 달콤하고 향긋한 맛을 낸 가향 샤오미주, 장기 숙성을 하거나 고량주나 미주 같은 다른 술과 블렌딩해서 도수와 향을 높인 제품 등 다양한 샤오미주가 등장했다. 대만 정부에서는 '샤오미주'라는 명칭을 쓰려면 원료 곡물 중 샤오미 비율이 중량 기준 최소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표시 기준을 마련했다. 시판 제품 중 제대로 된 샤오미주를 구매한다면 이 요소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