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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아웃사이더 Feb 21. 2022

해외 롱디가 의외로 잘 맞는 우리

해외 장거리를 잘하고 있는 이유 3가지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연애의 불문율이 있다. 현재 대만 남자친구(팅이)와 해외 장거리를 하기 시작한 후 가장 많이 들은 말이기도 하다. 


 나는 현재 대만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나의 남자친구 팅이는 대만 사람이지만 현재 석사를 위해 체코로 잠시 떠난 상황이다. 오래 사귄 것도 아니고, 사귄 지 2주 만에 2년 해외 장거리를 하게 된 국제 커플이다. 


 가까운 아시아 국가도 아닌, 무려 체코-대만이라는 6~7시간 시차 해외 장거리 중이라고 주위에 말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걱정'에 가까웠다. 특히 내 해외 장거리 소식을 들은 친오빠는 나보고 '시간낭비 그만하고 다른 남자도 만나라'라는 아주 직접적인 조언까지 날릴 정도였다. 


 그러나 해외 장거리 4개월을 조금 넘어선 지금 놀랍게도 나는 별문제 없이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생각보다 시간도 너무 잘 가고 감정적으로 싸운 적도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와 팅이의 해외 장거리가 순조로운 이유 첫 번째는 우리 둘 다 혼자 잘 지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연락을 귀찮아하고 내 개인적인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팅이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답장을 잘 안 해도 '바쁜가 보다'하고 내 할 일을 한다. 팅이도 나와 비슷하게 연락에 목매지 않고 혼자서 잘 지내는 타입이다 보니 생각보다 해외 장거리가 우리에겐 꽤나 괜찮았다.


 물론 팅이가 막 떠났을 때는 좀 힘들긴 했다. 비록 2주 사귀고 떠난 거였지만, 그래도 계속 만나다가 갑자기 만나지를 못하니 매일매일 팅이가 돌아오는 날을 카운팅하고 있고 별의별 나쁜 생각을 하며 하루 종일 슬퍼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런 상태가 일주일 정도 지나니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내 생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은 걱정과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 오히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놀랄 정도다.


 그리고 우리가 잘 지내는 두 번째 이유는 '대화의 주제'에 있다. 내 성격 자체가 스몰토크를 잘 못하고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는 걸 좋아하다 보니, 팅이와 통화하다가 일상 대화가 갑자기 토론으로 바뀌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최근에 이야기한 주제로는 '결혼식에 사용되는 비용이 아깝다'라는 내용이었는데 나와 팅이 모두 '보여주기 식 결혼식을 할 바에 그 돈으로 여행을 가겠다'라는 입장이었고 이 주제로 한 40분 동안 의견을 나눴다. 이렇게 우리 둘 다 토론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대화 내용이 뻔해진다거나 대화 주제가 고갈될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는 나의 직설적인 성격이 우리가 장거리를 잘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객관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상황이 말이 안 되면 그 자리에서 팅이에게 말을 하는 타입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2번 정도 팅이에게 화났을 때도 나는 그 자리에서 팅이에게 내가 화가 났다는 걸 알리고 그 이유를 전달했다. 이 부분은 팅이도 마찬가지. 그렇다 보니 우리 둘 다 서운한 걸 쌓아둘 일이 거의 없다. 





 장거리, 특히 해외 장거리는 정말 케바케 사바사다. 맞는 사람은 잘 맞고, 안 맞는 사람은 쥐약이다. 무엇보다 연락과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해외 장거리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해외 롱디를 하는 상대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해외 장거리는 오히려 엄청난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지금 해외 장거리 중인 상대와 결혼까지 생각을 한다면 어쩌면 이 장거리가 두 사람의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만큼 그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거고 무엇보다 '장거리'라는 관문을 통해 서로의 인내심과 배려를 테스트할 수 있기도 하니까.


 물론 지금 나와 팅이의 관계의 결말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지금은 당장 '우리 잘 지내요~'하다가 몇 달 후에 '우리 헤어졌습니다' 이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고, 지금은 그냥 매일매일 나의 삶과 팅이에게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해외 롱디 커플을 응원하며 이번 글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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