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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아웃사이더 Jan 22. 2022

사귄 지 하루 된 대만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한국에서 상대방의 부모님을 만난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불편하면서도 꽤나 많은 의미를 담긴 자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나에게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난다는 것은 결혼상대로 조금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대만 남자친구(팅이)와 사귄 지 바로 그다음 날, 팅이가 갑자기 본인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지 않겠냐고 나에게 물었다. 물론 당시 팅이의 출국이 대략 1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아 모든 방면에서 속도가 빠른 건(?) 이해할 수 있으나, 본인의 집 그것도 부모님이 같이 사는 집(!)에 오라는 그 말을 듣는 그 순간 솔직히 나는 매우 당황했다. 내가 외국인인 건 알고 계시나? 사귄 지 하루 됐는데 벌써 상견례(?)하려는 건가? 등등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나도 팅이의 부모님이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평소 뭐든 신중하게 생각한 후에 행동하는 팅이가 무려 사귄 지 하루 된 나를 부모님께 소개해주고 싶을 만큼 나를 믿고 있다는 게 고마워서 나는 결국 '오케이!'를 저질러버렸다. 그렇게 사귄 지 하루 만에 나는 대만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뵈러 가기로 결정했다.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은 사실 대만에서는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나 뵙는 게 한국만큼은 큰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무모하게 오케이를 외친 지 대략 3일 이후, 팅이의 부모님을 만나는 당일이 되었다. 너무 과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프리하지도 않고 적당히 챙겨 입고 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국선물까지도 준비해서 부모님을 뵈러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외로 너무 편한 자리였고 팅이의 부모님께서도 나에게 정말 잘해주셨다. 사랑과 전쟁에서나 보던 시댁(?)의 느낌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팅이의 부모님은 마치 나를 막둥이 딸처럼 오구오구해주시며 공주처럼 대해주셨다. 


또한 놀랐던 건 저녁식사를 팅이 어머님이나 아버님이 아니라 팅이가 혼자 다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중화권에서는 남자가 집안일을 더 신경 쓰고 많이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장면을 목격하니 꽤나 문화충격이었다. 


팅이가 만든 스파게티. 맛은 있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는 못 했다.


 내가 초면에 워낙 낯을 가리고 말을 잘 못해서 꽤나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팅이의 아버님의 엄청난 친화력으로 어색했던 분위기는 곧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 팅이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대만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시간이 꽤나 늦어져서 집에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관을 나서기 전, 갑자기 팅이의 어머님께서 손수 만든 간식을 몇 개 주시더니 "혼자서 외국에 왔으니 얼마나 힘들겠어, 우리를 너의 가족처럼 생각해도 괜찮아." 라며 나를 꼭 안아 주셨다. 


외국에서 그것도 혼자서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던 나로서 이런 생각지 못한 다정함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괜스레 마음이 울멍울멍해져서 나도 모르게 팅이 어머님을 더 꼬옥 껴안았던 것 같다. 




 며칠 후 팅이가 유럽으로 떠났고, 팅이가 떠난 후 지금까지도 한 달에 최소 1번은 팅이의 부모님과 연락 및 만남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1월 말 춘절(한국의 설날)에는 팅이의 친척들까지도 보러 가기로 했는데 무려 20명이 넘는 친척들이 모이는 꽤나 큰 행사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팅이의 친척까지 보러 가는 게 꽤나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미 가기로 한 거 뭐 어쩌겠냐 라며 그냥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만약 시간이 된다면 나중에 대만 설날 후기까지 한 번 글로 남겨보겠다. 이번 글도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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