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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아웃사이더 Jan 16. 2022

외국인 남자친구의 손편지

대만 남자가 이렇게나 귀엽습니다 

 외국인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때, 그 상대방이 나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서툰 한국어를 쓸 때 그 감동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와 남자친구(팅이)의 경우는 그런 일이 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팅이를 만나기 전부터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즉, 팅이를 위해 중국어를 배운다기보다는 그냥 '원래' 할 줄 있는 상태였기에 별로 감동을 받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팅이가 유럽으로 떠나고 우리가 시차 7시간의 해외 장거리(대만-유럽)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우리는 정기적으로 손편지를 주고받기로 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역시 사용한 언어는 중국어. 그러나 내가 중국어 회화가 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작문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보니 편지 한 장을 쓰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중국어로 손편지를 써본 사람은 그 고충을 알 것이다).


 그래도 팅이에게 편지를 전해주고 싶어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써서 보내주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때문에 대만에서 체코로 가는 항공편 자체가 많지 않아 EMS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최소 1~2달은 기다려야 팅이가 내 EMS를 받을까 말까 할 정도 배송시간도 크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11월 초에 보낸 EMS, 12월 22일이 되어서야 팅이의 손에 들어갔다


 이렇다 보니 이렇게 열심히 손편지를 보내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약간의 후회와 귀찮음이 몰려오고 있던 중 팅이가 드디어 편지를 받았다며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러고는 내가 서툴게 꾹꾹 눌러쓴 중국어 손편지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모국어도 아닌 중국어로, 그것도 손편지로 써서 보내주는 그 노력이 고맙다며 받은 편지를 여러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단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구나~'이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잘 이해를 못 했었다. 그러다가 2022년 1월, 팅이로부터 편지를 하나 받았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보낸 편지였는데 그 편지 속에 처음으로 팅이가 쓴 한국어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참고로 팅이는 한국어를 전혀 못 한다)

 


 구글 번역기로 돌려서 쓴 듯한 삐뚤삐뚤한 한국어 단어 하나. 그러나 이 단어 하나가 나에게 준 감동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팅이에게서 여러 번 편지를 받았지만 이 편지만큼은 거의 외울 정도로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다.


 이 편지를 받고 난 그제야 팅이가 왜 이전에 내 편지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비록 서투르고 삐뚤삐뚤하지만 그 편지 한 장에 들어간 그 정성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몸소 깨달았다. 이 편지를 읽고 나서, 비록 귀찮고 돈도 많이 들어가지만 앞으로 더 꾸준히 팅이에게 손편지를 보내줘야지 다시 다짐을 했다. 


 오늘로서 팅이와 함께한 지 대략 4개월, 그중 3개월 하고도 2주를 장거리로 얼굴도 못 보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잘 지내는 중이다. 팅이가 돌아오기까지 앞으로 남은 1년 5개월, 잘 견뎌낼 수 있길 바라며 오늘 글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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