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국가에 사는 메이드인 코리아 한국인
내가 5년간 머물고 있는 대만은 대표적인 친일 국가다.
한국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일제에 식민 지배를 받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대만 사람들이 일본을 좋아하고 동경한다.
내 대만인 남자친구 팅이도 전형적인 '친일' 대만 남자다. 대만에서 한국가는 거리가 대만에서 일본으로 가는 거리보다 더 가깝지만 팅이는 한국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간단한 일본어 몇 문장은 할 줄 알지만 한국어는 완전히 무지했다.
그런 팅이에게 나는 다양한 한국 이야기를 해주었다. 문화, 정치 및 경제 등 매일 한국 뉴스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팅이에게 알려주곤 했다. 팅이의 '친일'을 고치고 싶다거나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그냥 내가 자고 나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흐른 어느 날, 팅이는 갑자기 도서관에서 한국 근현대사 관련 책을 빌려 와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책 속에 나온 부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또 어떤 날에는 한국영화 속에 나오는 '막사'가 마시고 싶다고 했다. 또 어떤 날은 혼자서 인터넷으로 한국어 수업을 듣더니 '올빼미', '개미'와 같은 단어를 의미 없이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런 팅이의 변화를 보며, 예전에 인상 깊게 본 책의 문구 하나가 생각이 났다.
'꼭 월드컵 성적이나 유명한 축구선수, 야구선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비록 흔하디 흔한 한국 사람일 뿐이지만, 나도 누군가에겐 한국 대표가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