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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고 Mar 02. 2023

당신의 연.진.이는 누구입니까?-15화

<더 글로리> 시즌 2를 기다리며..

고등학교 딸을 둔 김은숙 작가는 어느 날, 딸의 질문에 모티브를 얻어 최근 핫한 <더 글로리>를 완성 시켰다.


-엄마는 내가 죽도록 사람을 때리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반대로 맞고 들어오면 가슴이 더 아플 것 같아?


김은숙 작가는 딸의 한 마디에 바로 방으로 들어가 몇 시간 동안 스토리의 구성을 짜내며, 이 드라마를 완성 시켰다고 하는데.

사실 김은숙 작가의 인터뷰를 보지 않았더라면, 과히 내가 이 드라마를 봤을까 싶긴 하다.

학.교.폭.력.

이름만 들어도 소름끼치지 않는가.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정신 살해와 다름 없는 학교 폭력에 대해 어느 누가 대범하게 생각할 수 있겠나 싶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러한 내용의 드라마를 본다는 것 자체가 두려워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성격이다. 나라는 사람은 말이다.

하지만, 한 때는 드라마 작가를 열렬히 꿈꿔 왔던 일인으로서, 또한 ’시크릿가든‘을 보며, 당시의 힘들었던 상황을 드라마로 위안 받았던 김은숙 작가의 팬으로서 그 모티브를 듣고 외면할 수 없어 조심히 늦은 밤 홀로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회 부터 8회까지 원킬.


학교 폭력이라는 것 자체가 그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겪어 봤을 법한 일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밖에 없다. 정도가 지나쳐 영혼에 큰 손상을 받을 정도의 ‘학교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희생 당한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약자일테며, 그들은 강자에게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져 갔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상상으로만 했을 법한 가해자에 대한 응징을, 드라마의 주인공 ‘문동은’이 그 이상으로 대신해  주기에 더욱 더 처절하게 공감하며 통쾌 해 했으리라. 드라마 <더 글로리>가 현실의 학폭 사태를 발빠르게 그려 내어 사회 이슈화 시켰는지, 아니면 모 정치인 아들의 학폭 사태로 더 이슈화 되었는지 어떤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만큼 현재 큰화제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으며, 갈수록 나이대가 어려져 초등학교에서도 벌써부터 문제시 되어 가고 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끔찍하고, 현사태가 슬퍼지는 대목이다.




한 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프로그램 중, K-POP Star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열혈 시청자 중에 한 사람이었던 나는, 당시 시즌 4에 나와서 곱디 고운 외모로 순수한 노래를 불렀던 박모양에게 눈이 많이 갔었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고 나면,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이어지는데, 특히나 유희열의 화려한 말재간으로 이어진 그녀에 대한 극찬은 참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명문 K대 국문과라는 후광이 더해져 한 없이 눈이 갔던 참가자로 기억된다. 한 인터뷰 중에 자신이 고 3때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 의자에 밧줄로 묵고, 끈질기게 공부했다며 자신의 큰 강점은 끈기와 노력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순수하고 곱게 생긴 애띤 그녀가 공부에도 열정적이었다고 하니, 그 호감도는 더 높아져만 갔다.

그녀는 이후, 가수 지망생에서 배우로 전향한 뒤 나름 굵직 굵직한 드라마의 주인공을 거치며, 연기력도 어느 정도 인정 받기 시작한 그 때에 학폭 가해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당시 배구계 학교 폭력 폭로 사건이 이슈화 되면서, 유명인들의 학교 폭력이 잇따라 수면 위로 올라왔고 여기에 덩달아 그녀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알고 보니, 초등학교 때 대치동으로 전학 와서, 대치의 한 중학교를 다녔고, 강남 8학군 모 여고를 졸업했다. 그리고 명문대학교 입학.

집안은 부유했고, 학교에서 학교 임원 등을 거친 것으로 봤을 땐, 분명 인싸였으리라 짐작된다. 힘이 있었을 테고, 부가 뒷받침 되었을 것이며, ‘공부’라는 능력이 따라 주었을 터.

학폭이 사실이든 아니었든 간에, 그녀의 이미지에는 큰 타격을 받았고, 이후 그 어느 곳에서도 그녀를 볼 수는 없었다.


대치동이라 하면, 대부분 아이들이 공부만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학폭과는 동떨어진 얘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물론, 어느 정도 일리가 없진 않다. 한 예로, 옆에 있는 중학교에서 학폭 가해자인 A가 피해자 B를 불러낼 때에도 ‘이번 중간고사 끝나고 보자.’라고 말한다는 걸 보면, 공부를 우선시 하는 동네임에는 분명한 듯 하다. 그렇다고 이 곳이라고 학폭이 없겠는가.


중학교 학부모를 둔 한 엄마는, 나에게 이런 귀뜸을 해주기도 했었다.

아예 앞에 대놓고, 가시적인 폭력을 가한다기 보다 교묘하게 지능적으로 은따나 왕따를 시키고, 힘들게 만드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학원과 학업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대부분 학교에 와서 힘이 약한 아이들에게 ‘학폭’으로 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시 전형으로 대입을 치르기 위해 스펙을 쌓아야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자신과 경쟁이 될 만한 아이를 창체 시간에 자기 그룹에 절대 끼어주지 않으며, 학급 임원선거 때에도 스펙을 그 아이에게 몰아주면 안된다는 식으로 은연 중에 뽑지 말라는 압력을 가한다고도 한다.

8학군이나 자사고, 특목고의 경우에는 가해자가 공부라도 좀 한다치면, 학교의 입결 때문이라도 가해자를 쉴드쳐주기 바쁘다고 말하는 경험자도 있다. 참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조금 어린 아이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초등 학생의 경우엔 학원 진도로 무시하기도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되면, 중등 수학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수능 영어도 끝내는 수준이 되는 아이들이 많아 지들끼리 얘기 하며, 그 진도에 따라 은따, 왕따가 되는 것도 십상이다. 동네에 따라 환경에 따라 내용만 다를 뿐, 그 어디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고 하니 참 서글퍼 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이는 그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았을테고,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분명하다.

이웃에 잘 알고 지내고 있는 한 언니는 내게,


너의 연진이는 누구니?
난 최근에 **엄마 무리들 땜에 문동은이 될 뻔 했다.



엄마들 사이에서도 무리가 지어지며, 학원 문제나 학업 상의 이유로 인해 이유없이 은따를 당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학폭이라는 문제는 결국 부모들의 영향을 받은 아이들이 상당수일 것이라 지레 짐작 되는 부분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잔인하고도 크나큰 문제이며, 말과 정신으로 살해 당하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 피해자들이 앞으로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시간들이 너무 잔혹하다.

학교 폭력으로 서두를 시작했지만, 사실 회사 내에서도 얼마나 많은 소시오패스들이 존재하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직장내 괴롭힘, 이로 인한 자살 등의 문제 역시 학교 폭력과 같은 부류의 문제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자신의 연.진.이

나에게 있어 ‘연진이’라는 버거운 존재를 어떻게 맞서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진중히 생각하게 만드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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